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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스물네 시간
황현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평점 :
급히 약속을 잡으려면 오늘의 얼마 남지 않은 저녁 시간을 쪼개고 만남을 위해 이동해서 가야 한다. 지금의 상태라면 한두 잔만 비워도 금방 잠이 올 것 같은데... 내일 출근은 몇 시까지 해야 하더라.
걱정을 걱정하는 게 피곤해져서 모두 관두기로 한다.
p.12
대부분 밝고 단단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내가 온전한 나로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우울함과 위태로움을 눈치 보지 않고 뿜어낼 수 있을 때였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내가 아끼는 이들에겐 언제나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었고 그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눈을 떠보니 나는 바닥이 동이 난 향수였다.
p.30
"같이 걷자. 드센 소음 사이에
갇혀버리지 않도록
손을 잡고 걸어보자."
p.52
나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풍경이었음을 깨달았고 홀로서기엔 외로움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해야 보통의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몰라, 제자리에 가만 박혀서 끔뻑이는 별 조각일 뿐이다.
이 마음이 어디로 휘청일지 몰라도
지나가는 길에 서로에게 잠시 기댈 수만 있다면
우리에겐 때때로 해답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p.63
황현아, <감정의 스물네 시간> 中
+) 이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스치듯 흘러가는 감정에 주목하여 쓴 에세이집이다. 시집처럼 얇은 책자의 내부에는 저자가 감정을 만나는 늦은 오후와 이른 새벽의 시간이 담겨 있다.
저자는 별이 떠있는 시간에 주로 스스로를 마주한다. 그 시간은 밝은 모습의 이면에 존재하는 우울함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때다.
그런 순간마다 저자는 스스로의 감정을 보듬으며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곤 한다.
지난 사랑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어렸을 때 엄마가 타주었던 커피 맛의 추억을 되살려보려 애쓰기도 하고, 성향이 다르지만 친해진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한다.
저자가 직접 그린 수묵화 같은 느낌의 그림도 함께 수록하고 있어서 글에서 묻어나는 감정을 잘 살리는 책이다. 한 사람의 일기처럼 쓰였지만 읽다 보면 가끔 늦은 밤이나 새벽에 감수성에 젖는 우리 자신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만나는 시간이 일상의 틈과 틈 사이에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자의 말처럼 잠시 기댈 수만 있다면 해답이 필요 없는 순간들은, 스스로의 감정과 조우할 때 생겨나는 게 아닐까 공감했다. 자기감정을 마주하는 순간이 중요하고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