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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커튼 ㅣ 한국추리문학선 16
김주동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3월
평점 :
"지호 일은 그냥 사고야."
"아니."
"나영아. 지금 넌 너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야."
"그따위 분석은 그만둬. 항상 이런 식이지. 딴 사람 마음을 전부 다 안다는 식으로."
"누구 잘못도 아니란 얘기야."
p.9
그 어떤 위로도 아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슬픔의 관 안으로 아내는 스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게도 자신의 슬픔에 동참해주기를 바랐다. 자신의 관에 못을 박아달라고. 이런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고, 아내는 이런 나를 오해했다.
pp.33~34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해 다 안다는 식으로 지껄이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무슨 소리야?"
"네 아내에 대해 얼마나 알지?"
"적어도 당신보단 더 많이 알지."
"그런가?"
p.95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었죠. 자기 자신을 믿게 하곤 상대의 비밀을 털어놓게 하는 인간. 그러면 그 사람은 박천정에게 약점이 잡히는 거고, 그 약점을 이용해서 그 사람을 자기 영향력 아래에 둔 거죠. 그걸 또 즐기는 인간이었어요. 미래파 안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찾아내 교묘히 접근해서 이용하는 그런 작자였죠."
pp.185~186
김주동, <붉은 커튼> 中
+) 정말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문장이 간결체 위주라 읽기 쉽고,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워서 흡입력이 꽤 좋은 소설이었다. 책을 손에 쥐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게 만든 추리소설, 스릴러소설이었다.
대개 추리소설은 마무리까지 끌고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읽을수록 다음 장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기기에 매력적이다. 이 사람과 다른 사람은 어떤 관계 일지, 이 집단에서 진짜 하는 일은 무엇일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등등 궁금해진다.
아들 지호를 잃은 '나'는 아내와의 불화가 심하고 어느 날 그 아내도 사라진다. 기자인 주인공은 그 아내를 찾아서 추적에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취재하고자 집착했던 사이비 집단 미래파와의 연루 가능성을 판단한다.
재미있는 건 소설이 결말을 향해 갈수록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점이 연상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라 파격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특히 소설의 결말에 가까울수록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의 파격적 결말로 마무리된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는 아가사 크리스티 등의 작가가 쓴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었다. 그렇기에 추리소설이 몰입감과 재미를 가지려면 상상한 것 이상의 반전과 치밀한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분명 쉽게 읽히기 때문에 서사성이 약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은근히 치밀한 서사적 플롯을 담고 있어서 반가웠다. 그래서 추리소설, 스릴러소설 다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주인공에 몰입하여 주인공이 뭔가를 찾아낼 때마다 주변을 살펴야 하는데 하며 같이 긴장했고, 주인공이 누군가를 만나서 그 말을 따를 때마다 조심해야 하는데 하며 같이 걱정한 소설이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의 결말을 보며 이게 추리소설의 매력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오랜만에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소설을 보았고, 다시 추리소설에 푹 빠져서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