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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 거침없이 떠난 자연 여행
이은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평점 :
내가 받아본 사진 속 웃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은, 내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것만 같았다. 특별한 여행지에서 진정한 자유와 여유로움을 즐기는 모습이 본인이 원하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그것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그분들의 삶의 방식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늘 지독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이 몸 하나 없어질듯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열심히 살아남는 것이 가치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p.19
하지만 이번 뇌진탕 사고(?)를 계기로, 이 삶과 이 세상에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사건 사고보다 그렇지 못한 것이 훨씬 더 많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순간순간이 예기치 못하게 들이닥쳤을 때, 여유롭고 편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대처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빨리 털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것이라는 것도. 마지막으로 서서히 체력의 한계치가 오는 내 몸을 좀 사려가며 살아야 하는 것도!
p.31
대략 기억나는 답변을 종합해 보면 그 무엇보다도 정말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누가 어떤 이야기를 건네도 자신의 신념에 따른 결정을 하고,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선택을 하는 그분들을 보며 나는 참 내 인생에 여러 가지 핑계가 많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라 무섭다는 핑계, 안 해봐서 못 한다는 핑계, 모르는 것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핑계, 어쩌면 유난스럽게도 실패를 두려워했던 내 소극적인 자아가 만들어 낸 방호벽 뒤에서, 그저 나는 잔잔한 인생을 바라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 것은 너무나도 큰 잘못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지나갔다.
pp.35~36
현실과 모험 사이, 어떠한 선택이 자신에게 더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미래를 가져다줄 것인지 짧게라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쪽 가치관의 크기에 따라서 자신이 더 원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본인이 어느 쪽을 더욱 갈망하고 원하는지 스스로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둘 중 어떠한 선택을 하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상황과 결과에 대해서는 자기가 책임지고 가야 한다는 것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내가 지금 가진 것을 내일도 가지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이 필요로 하는 조건의 '나'로 살아가기보다, 내가 필요로 하는 '나' 자신이 되어 살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pp.142~146
자연으로 향하는 여행을 하고부터는 조금 더 내 몸의 변화와 생각을 먼저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고나서 부정적이고 걱정스러운 상황을 연쇄 작용처럼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진정으로 그날의 냄새와 분위기에 조금 더 집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제야 생각을 비우는 방법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생각하는 것을 쉬어보면 내가 당장에 처해 있는 많은 상황과 문제에 대한 나의 태도가 더 여유로워지고, 느긋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p.163
하지만 미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더 오르면 된다.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하지 못함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아닌, 인생의 여러 오지선다 중에 그저 하나를 택한 것이고, 설령 그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것 역시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나의 인생이라 이야기하며 스스로 북돋아 줄 것이다.
p.193
이은지,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中
+) 이 책의 저자는 20대 중반에 몽골 오지로 캠핑 여행을 떠난다. 현지 몽골인 가이드도 섭외하고, 온라인 카페에서 함께 몽골 캠핑을 떠날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진과 여행에 관한 약간의 개인적인 정보만 주고받은 후 실제로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다.
저자가 좋아하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사실 거기서부터 출발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 6명이 청음 만나자마자 몽골이라는 낯선 나라에 함께 여행을 가다니. 그것도 일주일이나. 그러한 도전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첫걸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 여행을 계기로 저자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와는 다른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돌아볼 계기가 된 셈이지 않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이 걷고 있는 인생의 여정을 보며 느끼는 점도 배울 점도 많지 않았을까 싶다.
몽골 여행에서 뇌진탕 사건을 겪으며 저자는 세상에서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사건보다 그렇지 않은 사건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그 순간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된다. 인생의 변수란 늘 예기지 않게 오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변수 앞에서는 초연할 것.
이 여행을 계기로 저자는 좀 더 많은 미지의 세계를 다녀온다. 이 책은 바로 그 미지의 여행 에세이를 모아 엮은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든, 해외로 이민을 가든,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참 든든할 것 같다. 저자가 네팔로 여행을 떠나서 안나푸르나 트레킹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고마울지 상상이 된다.
초반부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짐이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국내여행을 떠날 때도 대중교통으로 이용해야 한다면 짐은 최소화할수록 좋다. 짐은 말 그대로 짐이다. 점점 무거워지는. 그렇기에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순간에는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 조금 불편해도 그 나름대로의 지혜를 배운다.
하지만 이건 기우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옷 세벌로 여행 준비를 마쳤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가볍게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구나 싶어서. 그리고 다리가 아파서 연골 주사를 맞아가면서 강행군을 계속한 저자의 의지를 응원했다.
책의 후반부에는 미국 7000km를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두려웠을 법도 한데 저자는 충분히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수많은 자연 앞에 큰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이 책의 매력은 여행기에서 끝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고 있어서이다. 보통 여행을 떠난 그 순간만 기억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마음가짐의 과정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자연을 만나고, 산을 만나고, 생각을 비우며 오로지 자연 속 그 순간에 집중하는 힘. 그렇게 저자는 자연과 함께 남은 생을 유랑하듯 살겠다고 말한다. 저자의 여행은 끝과 동시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지의 세계를 떠난 용기와 그 순간의 감정,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때의 마음가짐 등을 솔직하게 쓴 여행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수많은 핑계 앞에서 망설이는 스스로를 돌아볼 계기가 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