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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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쓰면 실패도 더 큰 의미와 잠재적 가치를 지닌다. 옳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왜 실패했는지도 알고 싶어지고 덕분에 언젠가 미래에 성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패는 아프고 당황스럽지만 이로써 배울 수 있다. 이것을 '시행착오'라고 하며 세상에 완벽한 단 한 번의 시도로 성공하고 끝낼 수 있는 것은 없다.

p.16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아쉽게도 완전한 덕을 타고난 사람은 없다.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훌륭한 자질들을 철학적이고도 세련된 형태로 갖춘 아기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될 잠재력을 타고났다. 모든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덕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갖추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업 전략 중 가장 좋은 점은 어떤 종류의 덕도 습관화해 꾸준히 갈고닦으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해야 하지만 너무 관대해서는 안 되며, 용감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용감해서는 안 된다. 덕 윤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필요한 양을 정확히 알고 각각의 덕을 끝내주게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미친 듯이 구체적인 이 목표점을 '중용'이라 불렀다.

pp.38~45

공리주의는 이러한 문제에 부딪히기 쉽다. 인간은 이상한 존재라서 '행복의 총량'을 최대화하는 행동을 찾다 보면 모호한 상황에 놓인다.

때로 공리주의자는 이와 반대로 각 개인의 특색을 제거하고 모든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거대한 한 덩어리로 얼버무린 규칙을 만든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게 모두 같지 않다는 점은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드는 아름답고도 흥미로운 부분이라 이 점 역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pp.83~84

사실 칸트의 윤리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간단하다. 바로 정언명령인데 이것은 전혀 협박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 제목의 책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에서 소개하고 있다.

- 스스로의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은 보편 법칙이 될 수 있어야 한다.

p.99

스캔론은 '합리적'이라는 부분을 쉽고 간단하게 정의하지 않는데...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의 본질은 이러하다. 나와 누군가가 서로 동의하지 않을 때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억누르거나 조절하는 만큼 내가 내 이익 추구를 억누르거나 조절하려 한다면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계약주의가 칸트의 의무론보다 내 마음을 더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칸트는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명상을 위한 독방 같은 곳에 혼자 들어가 문제를 마주하고 순수이성으로 보편 준칙을 찾아내 문제에 적용한 뒤 그 준칙을 따르려는 의무감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스캔론은 이 모든 것을 같이 하라고 한다. 서로 마주 앉아 "이렇게 하는 데 동의하나요?" 하고 묻는 것이다. 스캔론은 추상 추론을 믿지 않는 대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우선시한다.

pp.124~127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사람이 된다."

p.137

자신과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죄책감이나 수치심의 알맞은 양이라는 게 있다면 죄책감이 수치심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한 것이다. 죄책감은 자기 행동을 스스로 깨닫는 데서 나오며 인간은 타인의 말보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잘 반응한다.

p.205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자신의 선택만이 인간의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언제든 자유롭게 원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다른 선택은 없다. 고뇌로 가득 찬 이 혼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이러니 실존주의자가 파티에서 인기가 많을 수밖에.

p.308

각자의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전제하는 철학 사상은 거의 없다.

p.320

여러 개념이 광범위하긴 해도 모두 우리의 존재와 행동이 중요하다는 한 가지 단순한 생각에 기반을 둔다. 옳은 행동을 하든 그렇지 않든 계속해서 마음을 써야 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p.366

마이클 슈어,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中

+) 이 책은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착하게 사는 것이 자신 혹은 타인에게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철학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어서 웃기란 쉽지 않은데 저자의 위트 있는 문장과 시니컬한 어조에 순간순간 웃으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칸트의 사상을 설명할 때 어찌나 재미있던지 무게감이 있는 내용이지만 술술 넘어갔다. 저자는 본인이 철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작성했다고 처음부터 언급한다.

그러니 그가 선정한 몇몇 철학자 외에 더 있지 않냐는 반문에도 쿨하게 자기가 고민하는 질문들에 대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연결하여 대응 방안을 쓰겠다고 언급하며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제시한 철학적 질문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것도 있고, 그것을 약간 변형한 것도 있다. 이를테면 철로에 인부 5명이 있는 쪽과 반대편에는 인부 1명이 있는데 기차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고전적인 화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그 화제를 살짝씩 꾸준히 바꾸며 철학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를 예측해 보는데 그 과정이 제법 흥미롭다. 아, 거기서 칸트라면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칙을 만들어서 해결할 거란 말에 진짜 폭소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벤담 등의 공리주의자, 칸트, 스캔론, 틱낫한, 실용주의자, 피터 싱어, 스나이더, 알베르 카뮈, 사르트르, 롤스 등 많은 철학자들의 생각을 정리하며, 좋은 사람의 의미와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에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한 행위의 의미와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주제로 이들의 사상을 연결하여 비교하며 설명한다. 각 장별로 소주제가 질문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을 해당 질문에 적절하게 녹여낸 듯하다.

예를 들면 질문은 이런 형식이다. '친구의 이상한 셔츠를 예쁘다고 해야 할까. 방금 이타적 행동을 했다. 그렇다면 나한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샌드위치. 하지만 맛있다 계속 먹어도 될까.'

질문만 볼 때 사람들은 각자 먼저 선택한 답안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장을 읽으며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을 듣게 되면 스스로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고, 참신하고 현명한 답에 놀라기도 하고, 억지처럼 느껴져서 어이없이 웃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저자가 맨 마지막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언급한 부분에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도로 행동하고 주변에 미치는 해를 최소화하며 다른 사람들이 지켰으면 하고 바라는 규칙을 공평하게 너희도 잘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잘못했을 때는 사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더 잘하도록 노력하렴. 이 모든 것이 너희가 번영하게 하고 너희 안의 가장 훌륭한 자신으로 살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번영하지 않는 때도 무척 많단다. 그야말로 망쳐버리는 날이 있을 거야. 그때는 다시 시도하고 그래도 망치면 또다시 시도해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수많은 시도를 우리는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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