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의 영화비평
홍은화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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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킬이 하이드를 묘사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보이며 영혼을 보다 생생하게 영상화한 무생물적 존재로 지킬(관객)을 더 젊고, 더 가볍고 더 행복하게 하며, 자유를 갈망하게 하면서 지금과 다른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영화가 '영혼을 생생하게 영상화'하여 '자유를 갈망'하는 하이드의 모습을 이어 나가기를 바란다. 지난날 지킬과 하이드처럼 특정 이데올로기, 헤게모니, 악습이 될 때까지 변하지 않는 관습, 편협한 사상에 잠식당해 다시는 파멸하지 않기를, 또 자유를 넘어 타락과 방종에 잠식당해 다시는 자살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p.11~13

시점은 카메라의 눈, 다시 말해 감독이 제한하여 제공하는 관객의 눈이다. 감독은 미장센 안의 시점 주체를 영화 속 인물, 제3자, 전지적 위치, 또는 감독 자신이나 관객으로 설정함으로써 영화의 디제시스*를 완성도 있게 구축할 수 있을 뿐더러, 하위 텍스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 디제시스 - 스토리가 전개되는 영화 속 시공간 또는 가상의 인물들이 살고 있는 허구화된 세계

p.30

미장센은 작가주의를 탄생시킨 감독의 날인이다. 바꾸어 말하면, 감독이 자신만의 특정한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도록 움직임과 시점을 획득한 미장센은 영화를 미술이나 연극이 가진 예술성의 지위로 끌어 올린다. 때때로 그 이상의 지위를 획득한다.

p.41

배우란 현실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든지에 상관없이 영화 내에서는 감독이 생각하는 캐릭터(가면 : 페르소나)를 입어야만 하고 영화 밖에서는 객석에 앉은 관객이 상상하는 정체성(가면: 페르소나)으로만 남겨질 뿐이다. 연기력 또한 감독의 연출과 편집으로 얼마든지 다음을 수 있기에(영화사 초기에 이를 충분히 실험하고 증명했다.) 나의 비평문에는 '이 영화에서 어떤 배우가 연기를 참 잘했다.'하는 문장은 존재할 수 없다.

p.47

정리하자면, 영화 비평에서의 모티브란 창작자의 창작 동기가 되는 이유를 가리키고 모티프란 영화의 구성 요소를 통해 모티브를 입체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구현해 내어 관객이 보고 듣고 유추해 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을 가리킨다. 모티프는 모티브를 포함하므로 사용 시 다소 헷갈릴 수 있다. 그럼 거칠고 단순하게 보자. 모티브는 '동기가 된', 모티프는 '반복된'으로 대입하여 보다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되는 쪽을 선택하자.

p.76~77

영화의 스토리는 아방가르드나 다큐 영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장르나 신화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스토리의 궁극적 목표에는 관객과 친해지기인 일종의 썸(some)을 경유한 관계 설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p.89

홍은화, <지킬의 영화비평> 中

+) 이 책은 저자가 영화 잡지에 기고한 글과 영화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논의한 내용을 모아 엮은 것이다. 영화 잡지 [anno.]에 저자가 기고한 글은 그 잡지가 영화 비평 전문이기에 영화와 영화 비평을 공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에서 그 글들을 이 책에 엮으며 일반 독자에게는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는 글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렇기에 일반 독자들을 위해 그 영화 비평을 쓰게 된 배경이나 느낌을 에세이 형식으로 함께 풀어놓았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영화 관련 용어들, 이를테면 미장센, 페르소나, 스토리, 장르, 시간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각 장 별로 저자의 영화 비평글과 사진 등이 소주제에 맞게 수록되었다.

비평이다 보니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점에 주목하기 보다 영화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몰입했다. 그의 생각에 참신함을 느끼고 글을 읽으며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서 반가웠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한 영화는 최근의 익숙한 작품들도 있고 오래된 고전적인 작품들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영화 용어가 낯선 일반 독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관련 용어마다 저자가 주석을 달아 부연 설명하고 있기에 도움이 된다.

또한 저자는 각 장을 끝맺을 때 그 소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여러 질문을 기록해두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한 번쯤 고민해 볼 화제를 제시하여 각자 영화 비평을 써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사람들과 영화 혹은 영화 비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 있게 본 영화를 이렇게 깊이 있는 시선으로 볼 수도 있구나 싶어서 새로웠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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