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김상수 - 부암동 카페냥 김상수 상무님의 안 부지런한 하루
김은혜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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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가벼운 슬픔이다. 약간의 반성과 약간의 아쉬움이 섞여 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다. 색깔은 조금 어두운, 마치 그림자 같다. 지금 와서야 느낀 건데 상수를 입양하기 전 나는 꽤 우울했다. 오랫동안 교육 일을 하면서도 무언가 제대로 한 건 하나도 없는 기분이었다. 후회까진 아니었지만 아쉬웠다.

평범한 하루지만 위로가 필요한 밤이 있다. 나는 종종 우울감이 밀려오면 사무실 보라색 빈백에 주저앉아 생각에 잠긴다.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할 것 같을 땐 눈 감고 한참을 더 누워 있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들려고 할 때쯤 상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눈을 반쯤 뜨면 상수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뭐해? 괜찮아? 살아 있지?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어슬렁어슬렁 걸어와 다리에 털을 비비기 시작한다.

pp.14~15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들이 무엇으로 채워졌는지에 따라 반응은 다르게 나타난다. 공간 안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객관화해서 바라보면, 요즘 왜 피곤한지 이상하게 사사건건 짜증이 나는 건지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한지 조금은 알 수 있다.

나에게 안정을 물어봐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p.31

맥락의 관점에서 보면 '원래 그런 건' 없다. 누군가를 볼 때 맥락을 살피면 이제까지와 다른 면이 보인다. 내가 싫어하는 어떤 면 때문에 누군가가 불편하다면, 어렵더라도 그 사람의 맥락을 살펴보면 어떨까?

물론 싫은 사람을 걱정하고 궁금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게 살아왔다는 것을 전제로 다른 면을 찾아보는 약간의 노력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p.43

지금도 나는 중요한 결정 앞에서 멈칫한다. 큰일이 벌어져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이제 6살이 아니기에 취소를 할 수도 변경을 할 수도 누군가로 대체할 수도 없다. 결국 내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만다.

6살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건, 걱정했던 일도 고민했던 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지나가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적응할 것도, 결정해야 할 일도 많다. 애매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완벽한 선택이란 건 무엇일까.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의 과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는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

좋은 결과가 아니어도 괜찮다. 결과와 상관없이 선택을 통해 경험하고, 다시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 때는 조금 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pp.108~111

불안은 막연한 공포다. 대상을 구체화하기가 힘들다. 불안을 느끼지 않을 최고의 방법은 원인을 찾는 것이다. 막연함을 구체화하는 게 포인트다. 내가 왜 불안한지 천천히 글로 적어보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해치운다. 적으면서 구체화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은 줄어든다.

p.198

과도한 관심이 피곤해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고립'은 일상에서 쓰는 방어기제의 종류이다. 어떤 일에 관련되는 것을 거절하고 회피함으로써, 그로 인해 생길지도 모르는 정서적 긴장과 갈등 상황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고립의 방어기제가 악의적으로 반복되는 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부드러운 사람은 거친 사람과 거리를 두려 하고, 밝은 사람은 어두운 면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피하려 한다. 감정도 거리두기가 있기 때문이다.

p.217

감정은 이름을 불러줘야 떠나간다. 우울도 슬픔도 화남도 안타까움도 안 느끼려고 하지 말고 정확히 이름을 불러주면 된다.

스스로의 감정을 토닥여줄 때 부정 감정은 떠나간다. 그러면 그 안에 다시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우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비우고 긍정적인 감정을 채우는 것.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것. 감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것이다.

p.228

김은혜, <연중무휴 김상수> 中

+) 이 책에는 부암동 카페에 거주하는 김상수 상무의 이야기와 바로 그 상수 냥이 집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고양이 상수의 묘생을 보면서 우리들의 인생을 돌아본다. 저자는 사람들의 감정 관리와 마음 관리를 돕는 일을 하는 전문 강사로 일하며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상수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에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들인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정의하고, 그 감정에 따른 반응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상수의 이야기와 모습이 주된 틀이지만 읽다 보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몇 가지 사례와 더불어 차분히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겠구나, 이러 감정이 들 때는 이렇게 생각해도 되겠구나, 이런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등등. 읽으면서 순간순간 공감하게 된다.

가벼운 에세이집으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책이 주는 심리적 위로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따뜻한 위로의 순간과 깊이 공감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을 여러 번 만났다.

카페 냥이 상수의 행동을 보면서 고양이의 묘생처럼 우리가 인생을 산다면 훨씬 더 가볍고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상수에게 주는 사랑만큼, 상수가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고양이의 묘생을 가만히 바라보자면 행복하게 사는 비법이 바로 저런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편안한 인생을 사는 한 방법이 되리라고 느꼈다.

반려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감정 관리로 힘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토닥임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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