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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찾기ing ㅣ 저스트YA 3
최상아 지음 / 책폴 / 2023년 1월
평점 :
좀 전과 달리 순한 눈빛이다. 도와달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나는 엄마 말처럼 다루기 힘든 인간이 아니다. 부탁한다거나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해 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당연히 해야 한다거나 무신경하게 시키는 태도 때문에 화를 낸다는 것쯤 알아챌 때도 되지 않았나.
p.17
그땐 적어도 아빠만큼은 나를 인정해주었다.
물론 지금은 나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다 망쳤다고 비난했다. 당연히 헛소리다. 내가 형 정보로 SNS계정을 만들 만큼 외롭고 힘들다는 것을 짐작도 못 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그렇게 오래 보고 있으면 눈에 안 좋아."
말을 뱉자마자 흠칫했다. 엄마가 하는 말을 왜 내가 하고 있나. 가지가지 하고 있다.
p.20
걱정되고 무서워도 인정하지 않는 나와 달리 리플리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불안함을 인정하면 바보처럼 보인다고 믿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내 감정 수치 그대로 리플리를 만들었으니 결론은 하나다. 나는 본래 솔직한 사람인데 좋지 않은 환경에 방치되다 보니 방어적 인간이 된 것이다.
p.25 [리플리]
"갈대는 왜 찍어? 무섭다며."
"그냥. 익숙해지려고."
"뭘 그런 걸 연습하냐. 다 괜찮아질 거야."
오혜민과 있으니 정말 그럴 것 같다.
p.215
"이제부터 내 친구가 네 친구지, 뭐."
"이 사진 제목, 뭐라고 하지?"
"오늘부터 1일?"
"희망적이고 앞으로 좋아진다는 뜻이 담기면 좋을 것 같아."
"글쎄, 뭐가 좋을까. 탈출? 아! 터닝 포인트?"
p.217 [두근두근, 터닝 포인트]
너의 미래를 기대하고 응원해.
p.257 [세이렌이 울리는 밤]
최상아, <자아 찾기 ing> 中
+)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을 모아 엮은 단편소설집이다. 각각의 소설에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성향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귀신으로 오해받는 시간 여행자, 1년 동안 지구에서 사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외계인, 사람들의 편견으로 지친 탈북 청소년 등이 그렇다.
[리플리]는 가족들과의 불편한 관계로 자신을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 주인공 포타가 등장한다. 포타와 로봇 리플리의 대화를 통해 가족과의 오해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베프를 만드는 씨앗]은 외계인이 지구에서 베프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씨앗의 작용을 지켜보며 친구를 만드는데 정작 그런 씨앗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시간 여행자의 방문]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사고로 중환자실에 있는 소년이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거슬러와 여자친구가 사고 나지 않도록 한 가지 약속을 다짐 받고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반딧불이]는 친구를 괴롭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주인공이 또다시 친구를 괴롭히고 그 잔혹함만큼 벌을 받는 이야기이다.
[두근두근, 터닝 포인트]는 탈북 소년이 긍정적인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밝은 희망을 갖고 출발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외 이 소설집에는 [모던 서동요 : 슈크림 볼 소녀는 없다]와 [세이렌이 울리는 밤]까지 총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파격적이거나 잔혹한 부분도 있고, 밝고 희망적인 부분도 있고, 환상적인 부분도 있는 책이었다. 아마 저자가 이 책의 제목처럼 그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청소년들의 모습들을 자아 찾기 과정으로 제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설렘과 희망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돋보이는 [두근두근, 터닝 포인트]와 내면의 혼란과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 [리플리]가 와닿았던 책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