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오리진과 변주들 - 햄릿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사랑받는 캐릭터의 근원을 찾아서
장상용 지음 / 요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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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단군신화>와 같은 '근원'을 '오리진'이라 부르고자 한다. //

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끈은 우리가 익히 들었거나 알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에도 들어 있다. //

이야기를 창작하고 재구성하는 일을 하다 보니, 유명한 이야기 대부분이 오리진을 가진 변주임을 알게 되었다.

pp.5~6

수직 공간과 권력이라는 주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스토리텔링의 대가는 영화감독 박찬욱과 봉준호였다. //

유폐는 한 개인의 권력과 자유의 마지막 한 조각마저 빼았는다. 수직공간인 탑은 이러한 권력 행위를 수행하기에 적절하다. //

시우 작가의 웹툰 <신의 탑>은 사망탑 구조를 판타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작품은 웹툰이라고 하지만 신화나 전설의 고전적 구조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 //

신을 닮은 인간이 만물을 지배한다는 수직적 사고는 고대, 중세의 유산이라는 것이 철학자 질 들뢰즈의 지적이다. 이러한 사고 체계가 위계질서로 구현돼 현실을 지배하는 것도 사실이다.

pp.17~21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도로시가 먼치킨랜드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장면을 더욱 드라마틱하고 즐겁게 그린다. //

이는 예사롭지 않은 서사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서사는 주인공이 기승전결의 단계에 따라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성장해 목적을 수행하고 결말을 맺는다. 이를 과학적 서사이론으로 체계화한 것이 서사기호학자 그레마스의 '서사도식'이다. //

서사도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능력이다. 그것은 주로 '승' 단계에서 입증된다. 그럴지라도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지, 최고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아니다. //

계약

능력

(의무,지식,욕구,능력)

수행

승인

서사도식

오즈의 세계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고, 나쁜 마녀를 처단하고자 하는 욕구와 의무도 없고, 오직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는 도로시가 최고의 능력자(영웅)가 된다는 설정은 기존의 서사도식을 뛰어넘는 작가의 기발함을 보여준다.

pp.34~35

그 점을 제외하면 영어로 발표된 최초의 근대소설로 꼽히는 <로빈슨 크루소>는 오리진 대접을 받을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인상적으로 긴 이 작품의 원제도 그중 하나다.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삶과 기이하고 놀라운 모험들 :본인을 제외하고 선원 전원이 사망한 난파 사고로 인해 아메리카 대륙 해안가 오루노크강 하귀 주변의 무인도에서 28년 동안 혼자 살았던 그의 이야기와 해적들 덕에 귀국하게 된 사연'이라는 제목은 상업적 감각을 가진 작가가 당시 사람들이 솔깃해할 키워드를 다수 녹여 넣은 광고 카피인 셈이다.

p.51

신화시대 이후 인간은 지혜,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빠름, 단결력 등 거인족을 넘어서는 모습으로 구체화되었다. 거인족을 극복하는 사건은 인간의 위대함을 입증함과 동시에 인간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

거인족에 대한 공포와 승리를 극대화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은 일본의 만화 <진격의 거인>이다. //

거인족은 인간 주도 서사의 희생양이며, 인간의 지위 상승에 있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pp.95~96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각자도생이 세계 각국에서 보편성을 얻는 슬픈 현실을 가리킨다. //

'만인 대 만인의 전쟁'이라는 주제로부터 두 가지 주제가 가지치기를 한다. 이는 인간이 절제하지 못하는 욕망과 관련이 있다. 첫째는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이다. // 둘째는 초월적 지위에 오른 자가 약자의 생명을 게임화하는 문제다. // 향후 데스게임류의 변주는 더 자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pp.243~253

장상용, <스토리텔링, 오리진과 변주들> 中

+)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문학과 영화, 만화 등 서사성이 풍부한 작품들의 '오리진과 변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자면 오리진은 일종의 '근원' 혹은 '기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회자된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에는 근원적으로 반복되는 이야기의 틀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오리진이라 명하고, 그 오리진이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바뀌면서 변주되어 나타나는 작품들에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떻게 변주되는지 등을 설명한다.

어떤 이야기의 근원적인 틀은 한 나라나 예술의 한 분야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예술 분야를 넘어서 언제 어디서든 변주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 소외, 역사, 창조, 인간 등과 관련된 캐릭터로 나누어 오리진과 변주의 작품들에 무엇이 있는지 근원을 찾아가며 분석한다. 희곡,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스토리텔링 찾아 작품의 특징들을 설명한다.

짤막한 글을 모아 엮은 것이라 읽는데 부담이 없고, 대중문화 평론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 하다. 분야를 막론하여 작품들의 특징을 꿰뚫는 근원(오리진)을 추적하며 예술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이 책은 이야기의 서사를 어떻게 쓰라는 형식의 구체적 서사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의 서사성이 각각의 작품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변주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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