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흉가에 돌무지 길조차 따라가지 못한 내 마음이 흉가에, 바퀴소리를 다시 듣는다는 것 얼마나 어려운가 한때 굴러다니던 저 자전거, 흙 덮어쓴 농구 곁에 멈춰 있다 옛 애인은 가고 없어 능구렁이 처럼 나 홀로 흉가에 들어앉는 것, 바람이 안장에 앉아 무료하게 바퀴를 돌리고 있다 녹슨 살대에 기름칠을 하는 것 얼마나 어리석은가 탱탱하게 공기를 채워넣어 기다린다는 것 얼마나 버려진 일인가 문태준, 『수런거리는 뒤란』中 +) 문태준의 시는 오래된 것을 새롭게 바꾸는 매력이 있다. 거칠게 말하자면 온고지신의 마술이라고나 할까? 오래된 언어로 새로운 서정의 장을 연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보다 그의 옛 시어가 좋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의 내면심리를 신중하게 그려내는 필체가 좋다. 그러나 간혹 그런 필체가 그의 시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 넣는다. 순하고 단정한 그 어조의 끝에 침같은 단호함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속의 두려움 앞에서 우리는 모두 '주춤거린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취하지만, 그런 태도가 두려움의 깊이를 더 알 수 없게 만든다. '상처받는 일' 또한 그러한 것이다. 피할수록 더 깊이 패이는 것. '사랑할 채비 되어 있지 않은 자에게 길'은 '없다.'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긴 '어둠'을 통과할 수 있다. 사랑과 상처를 아울러야 긴 두려움의 통로를 지날 수 있다. 시인은 식물과 곤충, 동물 등을 소재로 사용하고, 계절감이 두드러지는 풍경을 제시한다. 그 풍경에 천천히 동화되어가게 만드는 것이 그의 시쓰기의 매력이다. 토속적 시어의 사용은 시인의 나이답지 않은 묘사력을 드러낸다. 오래된 서정시 같지만 표현방법은 결코 낡지 않았다. 오래된 서정의 현재화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기억 속의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은 가족을 비롯하여 한 여자와의 인연까지 닿고 있다. 시골풍경 같은 과거의 기억과 그들은 언제나 함께한다. 그 속에서 화자는 천천히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