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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그게 최선입니까? - 윤리가 과학에게 묻는 질문들,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ㅣ 이음스코프
강호정 지음 / 이음 / 2022년 11월
평점 :
좋은 과학자는 이런 애매한 경우에 실험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는 과정인지를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치 도자기 굽는 도공이 가마에서 막 나온 작품들을 살펴보다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도자기를 망치로 깨버리는 것처럼, 과학자에게도 이런 안목이 필요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예술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매우 주관적이지만 과학에서는 직관적이고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충분한 근거와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주관적 판단이 지나치면 자칫 연구윤리를 위반하는 거짓된 과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과학을 연구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진실과 거짓 사이의 애매한 줄타기를 하는 것입니다.
p.19
과학에서의 실수와 관련된 이런 복잡한 문제 때문에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연구윤리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윤리적인 책무를 이해하고, 이전에 일어난 사고와 실수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도 과학자들의 실수나 무능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를 일어나게 한 제도적, 문화적 원인을 잘 밝히고 개선해야 합니다.
과학 분야에서 선진국과 뒤처진 국가의 차이는 단순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건물, 비싼 장비, 연구비와 같은 물질적 지원, 박사학위 소지자의 숫자와 같이 눈에 보이는 수치뿐 아니라,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연구자들의 민주적 관계,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실험실 내에서의 연구 문화의 발전 정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p.32
이 밖에도 사람들의 근거 없는 입소문, 인터넷에 떠도는 주장, 자신의 종교적 혹은 정치적 신념에 근거한 판단 등은 유사과학이 뿌리 낼 수 있게 만드는 대표적인 환경입니다. 유사과학에 속지 않으려면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이나 서적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또한 제시되는 통계나 자료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면서 말하는 사람의 권위에 눌려서 덜컥 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p.63
외부성이란 한 경제 주체가 하는 행동이 다른 경제 주체에게 대가 없는 이득을 주거나, 비용 없는 피해를 주는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를 '부의 외부성'이라고 부르는데 환경 문제 대부분은 이에 해당합니다.
p.128
근본적으로는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우리 dls간의 위치와 책무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선 우리가 지금 하는 행동이 미래 세대에게 해악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모든 사람이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을 생산하는 건 그 다음 문제입니다.
p.136
로봇을 어떻게 프로그래밍하느냐 못지않게 로봇이 가져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러한 불평등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도 로봇 윤리의 중요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증기기관이 그랬고, 처음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에게 확산할 때도 여러가지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기술들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오기보다는 생산력의 증대와 정보의 확산에 기여했고, 이는 결국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로봇도 작은 부작용들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인간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pp.189~190
강호정, <과학, 그게 최선입니까? ㅡ 윤리가 과학에게 묻는 질문들> 中
+) 이 책의 저자는 생태계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즉 과학자이다. 그런 그가 과학과 윤리의 만남이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다. 과학자로서의 자기 검열 과정을 진솔하게 적어낸 듯 하고, 앞으로의 과학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중고등학생 때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과학 관련 법칙과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훌륭한 과학자도 많지만 연구 결과를 조작하거나 위조, 변조하는 과학자도 있음을 말해주며 과학자에게 연구 윤리가 꼭 필요한 것임을 언급한다.
또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그들의 연구가 객관적이고 진실한지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생활이 어떤 연결점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며, 과학계 내에 존재하는 성차별과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동물 윤리와 환경 윤리에 입각해서 동물 실험을 대신할 기술을 소개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인류세 논쟁과 생명 과학 윤리, 로봇 시대에 필요한 윤리 등 과학이 인류의 미래에 가져올 여러 상황과 그에 필요한 윤리에 대해 논의한다.
각 장의 마무리에 더 살펴볼 과학자를 소개하며 토론할 거리를 싣어 두었다. 저자가 청소년 과학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확장하여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보고 함께 생각하며 토론할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이 많아서 유익했다. 작은 책자지만 알차게 구성한 듯 싶다.
또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듯 하다. 과학과 윤리의 접점에 주목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고, 최근 주목하는 과학 분야와 개념들을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을 발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