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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환자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순순히 넘어갈 거 같아, 엉?"
"치료인 걸 어쩌나, 하는 수 없지." 이라부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치료는 무슨 치료야. 환자 결박시키고 주사나 놓는 주제에."
"이런 치료도 있는 거지, 뭘. 고름은 째서 짜버려야 빨리 낫는 법이야. 피도 조금 같이 나오긴 하지만."
「고슴도치」
"저질러버리면 파괴충동은 곧바로 사라질 거야. 그게 마지막 목표니까."
"뻔한 속셈 다 알아. 날 부추겨서 실은 니가 하고 싶은 거겠지."
"인생, 길지 않다. 지금 당장 내뱉어야 할 걸 쏟아내지 못하면."
「장인의 가발」
"소설을 쓰려고 하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다 토해요. 점점 더 심해진다니까욧."
"쉬는게 가장 좋긴 한데."
"그런 한가한 소리 하지 마세요. 매달 단편 두 개는 마감을 해줘야 하고 장편 연재도 있단 말이에요."
"시간을 못 지키면 어떻게 되는데?"
"못 지키면......." 아이코는 말끝을 흐렸다. "신인들 예비 원고를 싣는 경우가 많겠죠."
"참 나, 그럼 백지로 나가는 것도 아니네. 그러면 된 거지."
「여류작가」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中
+) 전철에서 이 소설을 읽으며 키득거렸다. 어떤 깊이 있는 내용이 아니라, 정말 내게도 '이라부' 선생님처럼 편하게 살고 싶단 마음때문이었다. 어린 아이같은 이라부의 언행은 환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어쩌면 그것이 거짓이 섞이지 않은 순수함 자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유쾌한 소설이다. 읽고 나면 마음이 제법 편해진다.
한때 정신과 의사를 꿈꾼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 상상속의 인물이 '이라부'다. 환자들의 강박증을 약이 아니라 마음으로 깨닫게 해주는 의사.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이 진정한 정신과 의사가 아닐까.
인간은 대부분 한 두가지의 강박증을 갖고 있다.(나 또한 그렇다.) 그것을 모르는 척 살아가는 이도 있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으며,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이 소설은 어느 누가 읽어도 재밌있는 작품이다. 강박증에 대해서 가볍게 웃어넘길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인생 뭐 별거가, 까짓꺼 인생 한방이라는데.'
이라부 선생의 생각이 그 말 한 마디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편하게 살자.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어쨌든 나도 이라부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