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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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아내기나 가지치기는 이루루도 서툴다.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한 식물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존재를 잘라낸다는 선택이 정말 타당한지 늘 생각에 잠기게 된다.

p.14

"슬펐어. 난 딱히 인기인이 되고 싶었던 게 아냐. 그저 날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야. 그야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기쁘잖아. 하지만 그게 첫째는 아니야.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해서 그걸 본 누군가가 기뻐해주면 기분이 좋겠다, 정도의 느낌이었어. 그 녀석은 그렇지 않았던 거지. 어떻게 하면 더 주목을 받을지, 그게 기준이 돼버렸어. 그 녀석에게는 더 이상, 오사카에서 친구를 만나러 온 사람 같은 열정이 없어."

p.73

"친구라도 말하기 힘든 게 있잖아."

다이키는 어색해했지만, 이루루는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얼터네이트에서는 말할 수 있었나보구나"라고 뒤따라 말했다.

"그래."

문득 식물의 솎아내기를 떠올렸다. 성장하려면, 잃어야만 하는 것이 있다. 그게 얼마나 괴롭더라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괴롭다면 성장 따위 하지 않으면 되지 않으냐고도 생각하게 된다.

pp.79~80

"기쁠 때 무엇을 먹는지보다 슬플 때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p.141

"이건 걔가 뛰어넘어야만 하는 문제야. 지금 누가 손을 내밀면 또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거야. 뿌리치는 수밖에 없어. 내버려두는 거야. 사카구치 말고는 사카구치가 될 수 없어."

"자신이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pp.350~351

가토 시게아키, <얼터네이트> 中

+) 이 소설의 중심 소재는 고등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얼터네이트] 앱이다. 얼터네이트와 관련한 고등학생들의 각각 다른 시선과 생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얼터네이트는 고등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앱으로 그들이 원하는 조건의 상대방을 매칭시킴으로서 팔로우만 되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유전자를 검사해서 자신과 어울리는 상대방을 매칭시켜주기도 한다.

일종의 SNS 시스템과 비슷한데, 누군가와 만나고 싶을 때 이왕이면 자기와 잘 맞는 상대를 만나고 싶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앱이다. 하지만 이 앱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생각은 각각 달랐다.

얼터네이트에서 악플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이루루는 다시 얼터네이트를 하는 것이 두렵고 힘든 사람이다. 유전자의 힘을 믿는 나즈는 얼터네이트에서 자기와 가장 잘 맞는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맹신하는 사람이다.

또 고등학교를 그만두면서 얼터네이트를 사용하지 않게 된 나오시는 본인의 옛친구들을 만나려면 얼터네이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이다. 결국 이들이 앱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성장도 함께 그려냈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연애만이 아니라 음악, 요리, 원예, 우정, 꿈 등이며 그들이 그것에 진심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설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은 인간 관계와 꿈 그리고 사람 사이 연결 방식에 대한 고민이지 않나 싶다.

읽으면서 내가 만약 고등학생이었다면 이 앱을 한번쯤 호기심에 사용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상대를 물리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적어도 한번쯤은 이용해보지 않을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시스템을 온전히 믿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변화가능한 것인데, 어떻게 유전자를 분석하고 몇몇 조건을 분석해서 나랑 어울리는 상대방을 고를 수 있을까. 사람 사이 관계에서 타이밍은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있으니까.

서술자는 인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과 인물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주관적인 시선 모두를 조화롭게 풀어냈다. 제법 긴 분량이었는데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듯 몰입해서 읽었다. 모처럼 일본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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