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
정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평점 :
남들은 잘 알아듣지 못할 암호 같은 것들을 만들며 쉽게 해독하고 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무슨 의미인지 들리지 않는 속삭임처럼 작게 말해도, 확성기에 대고 크게 말하듯 또렷이 들리는 것.
p.27 [우리만 아는 문장]
한 사람과의 숱한 헤어짐과 이어짐을 겪어왔으나
어떤 이별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는 헤어짐이 있었다
p.48
삶에 몇 번씩, 특별하진 않아도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 나는 그런 이름을 보고 우주를 찾은 거라고 표현한다.
찾았다고 제 것은 아니었으니. 단지 검고, 맴돌고 있으며, 보이진 않는데 어딘가 있고,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작은 점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떤 수식으로도 풀리지 않는 것이다. 우주란 그런 것이다. 그 마음의 깊이를 알 수 없음에 가까운 의미의.
p. 88 [우주를 알았다]
마음은 내 의지와 반비례한다는 말이 정답인 거 같다. 행복하자 하는 순간 불행한 거고, 끊어내자 다짐하는 순간 이어져 있는 거다. 잘 살아보자 염원하는 순간 못 살고 있었고, 무너지지 말자 되뇌는 순간 흔들리고 있었다.
p.102 [반대의 마음]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p.111
누군가를 위한 글만 쓰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그게 가장 고민이다.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나이 지긋한 독자분이 말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것만큼 예술인 것이 있을까. 애정하는 마음이 가장 예술이에요. 작가님."
p.135
아름다웠다 말하려는데 미워지는 사람이 있이라면 아직 지나가지 않는 거겠죠. 아니지, 지나갔더래도 '덜'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p.250 [덜]
정영욱,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 中
+)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주제로 만남과 헤어짐, 그 뒤의 떠오르는 잔상들을 짤막한 단상으로 적어서 엮어냈다. 누군가와 만나고 다투고 헤어지며 그렇게 깨달아가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 같지만 읽다보면 사랑과 이별을 겪은 사람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들을 깔끔한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짤막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고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간 중간 몽환적이고 우아한 그림들을 첨부하여 책을 읽을 때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랑하고 이별한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공감하기에 위로가 될 부분이 있다. 자기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사랑의 후폭풍이 거센 편이라 수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기 내면의 그리움을 어떻게든 쏟아내야 하는데 형상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그리움과 후회 혹은 원망 등의 감정들을 저자가 대신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이별과 그 후의 감정들에 관한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랑의 다른 부분이나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닌 그 감정들을 저자는 글로 표현했다. 사랑 후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껏 아파하다가 이 책을 덮으면서 그렇게 흘려보냈으면 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