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꽃이 피었습니다 - 아이에게 읽어주다 위로받은 그림책
박세리.이동미 지음 / 이야기공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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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면 서로의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개인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을 것,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할 것, 눈치를 장착할 것, 적어도 이 세 가지를 염두해 둔다면 인간관계의 기본은 갖춘 셈이다. 기본을 지키지 못해 벌어지는 문제들이 허다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곰씨가 느낀 감정은 자괴감이었을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라는 말 한 마디를 미룬 대가는 컸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지면서 피로감이 생긴다면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할 필요도 있다. 상대방에게 관계의 안전거리를 알려주는 세심함은 건강한 관계의 출발선이다.

pp.27~29 [적당한 거리], [곰씨의 의자]

나는 사소하고 자잘한 감정싸움을 시작으로 결혼의 실상을 체감했다. 그러면 결혼과 동시에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오는 양가 가족과 겪는 감정의 결들은 어떨까? 말해 무엇하리. 결혼이 장엄한 여정인 이유다. 한명의 사소한 습관을 맞추는 것도 이처럼 비생산적인 시간을 거치는데 가치관은 오죽할까? 결혼이 멜로에서 서스펜스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p.33

가족이 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은어를 읽을 줄 안다'는 의미다. 상대방의 은어란, 같은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공유한 구성원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특수어를 말한다.

p.39 [두 사람], [바람의 우아니]

K-직장인의 입장에서 사토신의 그림책 <뭐 어때!>의 적당씨는 이름처럼 적당히 사는 사람처럽 보였다. 비상사태에 대하는 태도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나와 아이에게 이런 상황이 닥쳤다면 분명히 "어떡해"로 시작해 온갖 투덜거림으로 시간을 채웠을 것이다.

이후 아이와 나는 한동안 당황스럽거나 해내지 못한 작고 소소한 일들 앞에서 "뭐 어때!"를 외쳤다.

pp.80~81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뭐 어때!]

"언니는 아이를 향한 믿음이 조금도 없어? 아이 스스로 필요할 때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믿음 말이야. 그러다가 힘에 부치면 도움을 청하겠지. 그때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게 어떨까? 언니!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건강해. 믿어줘. 언니 아이를...."

p.145 [이까짓 거!], [엄마랑 나는 항상 만나]

평소 어수룩한 행동으로 맹추라 놀림 당하는 암거위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피튜니아. 어느 날 풀밭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한 그녀는 목장 주인의 말이 떠오른다.

"책을 지니고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롭다."

그날 이후, 그녀는 책을 날개 밑에 품고 다니며 애지중지한다. 날개에 품고 다녀도 읽지 않고서야 지식을 습득할 수 없지만, 피튜니아는 자신이 지혜로워진 줄 알고 목까지 점점 늘여빼고 다니며 으스댄다.

무지와 무식을 기반으로 하는 신념이 더 무서운 법이다.

pp.212~213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

박세리, 이동미, <그림책 꽃이 피었습니다> 中

+) 이 책은 '아이에게 읽어주다 위로받은 그림책'이라는 부제로 책의 내용을 충분히 상상하게 만든다. 그림책을 읽고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해온 두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작가가 각각 한 권 혹은 두 권의 그림책을 읽으며 때로는 자신의 인생에, 때로는 자신의 가족과 아이에, 그리고 또 때로는 일반적인 우리 모두에 그림책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이입해본다.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기도 하고, 그들의 모습을 응원하기도 하며, 그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들의 입장이 되거나 그들이 우리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역할을 갖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많은 부분을 깨닫는다.

두 작가의 글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어른'과 '엄마' 그리고 '마흔'과 '더 나은 나'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수없이 고민하는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글, 마흔이라는 두번째 사춘기를 거치며 끝없이 흔들리는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글, 그렇게 더 나은 나의 모습을 다짐하며 한 걸음 나아가는 용기를 보여주는 글 등이 담겨 있다.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림책을 여러 권 읽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그 수많은 그림책의 내용이 짐작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림책이 가득 꽂힌 곳을 찾아 마음껏 그림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동화와 동시가 철학적이라고 느낀 적이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책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지 알게 되었다. 그림책에 대한 흥미가, 이 책의 제목처럼 내 마음에 꽃이 피지 않았나 싶다.

읽는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맞지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맞다. 이런 그림책들을 읽다보면 아이와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행복해지지 않을까.

책은 읽는 사람마다, 읽는 사람의 상황마다 공감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곱씹어 읽어도 괜찮을 듯 하다. 읽을 때마다 마음과 눈길이 가는 지점이 달라져서 마음이 가벼워질 듯 하다.

모처럼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책을 읽은 듯 하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해본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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