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아저씨의 개 책마중 문고
세실 가뇽 지음, 이정주 옮김, 린느 프랑송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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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씨의 개가 죽었어요."

난 그 자리에서 뒤돌아 섰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슬픔이 밀려왔어요!

한번은 토비와 함께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아저씨는 토비에게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나도 그랬어요. 진짜로 있었던 일이나 지어낸 이야기나 베란다에서 들은 이야기를 내 고양이 푸푸피두에게 들려주었지요.

푸푸피두는 내 이야기를 듣다가 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안다는 듯이 방긋 웃었지요.

엄마와 아줌마가 말한 대로 토비가 죽고 없으니 이제 아저씨는 아무와도 이야기할 수 없을 거예요. 먼 나라에서 파벨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 어린 딸도 무척 보고 싶을 테고요.

pp.13~17

하지만 내가 태어난 뒤로 푸푸피두는 나를 가장 좋아했어요. 어떻게 보면 고양이가 나를 선택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틀림없어요. 왜냐고 묻지 마세요. 그건 나도 모르니까요.

p.23

푸푸피두가 열병에 걸려 죽은 뒤, 그동안 푸푸피두가 내 마음속에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했는지 새삼 깨달았어요.

더욱 마음이 아팠던 건 푸푸피두를 더는 보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내 사랑이 이제 쓸모없다는 거였어요. 마음이 텅 빈 것 같았어요.

지금 파벨 아저씨도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일 거예요.

pp.29~31

처음에 느꼈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변하더니, 절대로 녹지 않을 딱딱한 공이 되었어요.

p.34

하지만 분명한 게 있어요. 앞으로 누군가의 개가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되면 조심할 거예요. 진짜 개가 죽은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생겼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p.62

세실 가뇽, <파벨 아저씨의 개> 中

+) 이 책은 외국인 요리사 파벨 아저씨와 그의 개 토비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과 자기의 고양이 푸푸피두의 모습을 생각하는 아홉살 아이의 시선을 담고 있다. 아이는 현재 아저씨 곁에서 친구이자 가족인 토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함께 슬퍼한다.

자기가 사랑하던 고양이 푸푸피두가 죽었을 때 얼마나 슬펐는지 떠올리며 아저씨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위로가 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푸푸피두의 모습을, 사진이 없어도 그 모습을 떠올려 그릴 수 있는 푸푸피두의 그림을 그려 선물하기로 결심한다.

이 책에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그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쥐스틴이 등장한다. 이 아이는 아저씨가 외국인인 것도, 아저씨가 기르는 동물이 자기가 좋아한 고양이가 아니라 개라는 것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오직 아저씨가 사랑하는 토비를 잃었고, 그 슬픔이 얼마나 크고 오래갈 지 알고 있기 때문에 위로해주고 싶은 것만 생각한다. 이런 쥐스틴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알게 모르게 내재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부끄러웠다. 책을 읽으면서 쥐스틴처럼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또 이제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더이상 동물을 키우는 개념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의 말처럼 고양이가 그를 사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토비 또한 그와 함께 살아가기로 선택한 것이다. 아저씨와 쥐스틴과 말이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개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고양이가 죽었을 때 무척 슬펐던 아이의 감정이 너무 잘 이해되는 작품이다. 그 마음이 얼마나 크고 단단한 공으로 가슴에 남는 지 아는 아이가, 아저씨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고 그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 모두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또 아이들이 읽는다면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지 않나 싶다. 어른들에게는 쥐스틴을 보며 자기 마음의 깊은 곳을 돌아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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