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4
곽재식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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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연구원 중에 자주 지각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냐, 왜 천문관의 청소비용을 이렇게 많이 썼느냐 등을 따지면서 연구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하며 사악하다고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은하교통연합에 관한 이야기나 우주 공간의 현재 상황을 묻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거기에 모인 사람 중에 소행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도 없어 보였다.

"우리가 보냈던 소행성 위험 안내 자료를 결국 열어보지 않은 채로 거절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자기들도 어쩔 수 없대요. 규정이 있는데 어기면 혹시 문제 생겼을 때 자기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pp.18~19 [철통 행성]

"제가 붙잡혀서 갇혀 사는 게 아니라, 로봇들을 이용하고 활용하면서 사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어때요? 아니, 애초에 저런 고성능 로봇들이 왜 이쪽 은하계에 퍼져서 살고 있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옛날에 고성능 로봇들이랑 같이 이쪽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자기는 놀고 로봇들이 일해서 자기를 먹여 살리도록 프로그램 해놓았다고 해요. 그게 이 지역의 역사라고요."

pp.68~69 [양육 행성]

"당연히 정상적인 일은 아니겠지. 그러니까 우리 회사 같은데도 일감이 떨어진 것이고. 어쩌겠어? 회사 차려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어떻게 먹고 살겠어? 21세기 한국에서 내려오는 사업에 관한 명언이 있잖아. '돈을 번다는 것은, 남이 하기 싫은 일을 내가 하고 그 때문에 돈을 받는 것이다.' 그 말이 맞아."

p.77 [의미 행성]

"그렇지만 선생님을 구조하지 않고 그 세균을 살려두면, 먼 훗날 온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행복을 얻으며 수천조의 가치가 되는 돈을 계속 벌어들이면서 그 막대한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에게 굉장한 기회를 줄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선생님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해 그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할까요?"

"모르겠고요. 만약에 저한테 구조 우주선을 한 보내주면 제가 여기서 살균 스프레이를 뿌려서 그 세균들 다 없애버릴 겁니다. 알아서 하세요. 저는 이제 통신을 끊고 기다릴 겁니다."

pp.104~105 [생명 행성]

곽재식, <은하행성 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中

+) 이 책은 우주의 여러 행성을 방문하여 갖가지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집이다. 12개의 행성마다 그 행성의 존재 이유에 맞게 때로는 로봇이, 또 때로는 사람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은하행성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해결하는 일을 담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문제로 보는 현상을 누군가는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전하는 해결책이 그들에게는 올바른 해결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은하행성서비스센터 직원들은 맡은 바 업무에 충실히 일한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일의 해결을 시도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12편의 연작 소설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과는 조금 먼 세계인 우주 행성의 모습들을 풀어냈지만, 미래 공학이 발전한다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들은 저자의 엉뚱하고 신선한 상상력이 발휘된 결과라고 느낀다.

물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하행성에서 융통성없이 진행되는 행정 절차를 보며 현재 우리 상황의 모습과 꼭 닮아서 씁쓸하기도 했다.

작가의 위트 있는 문장으로 유쾌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고, 미래의 일임에도 개연성이 높아서 안타깝거나 씁쓸하게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간만에 막연하지 않은, SF소설들을 읽어본 듯 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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