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고래 요나 -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명주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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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자기만 생각하고 엄마 아빠 모두 언니만 생각한다. 나도 언니만 생각한다. 나는 나를 언제 생각할까. 언니가 나를 생각해주면 좋겠다.

언니는 프로기사가 되어야 하니까. 언니가 나를 생각하면 바둑을 잘 두지 못하겠지. 내가 연습생이 된다면 언니도 나를 생각하겠지.

p.58

너는 바다를 배운다. 너는 땅을 배운다.

너는 고래를 배운다. 너는 인간을 배운다.

요나는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 암흑의 물속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나는 바다 아래를 보여준다. 나의 고향을 보여준다.

p.219

엄마의 늦된 깨달음과 무관하게 요나는 자신의 습성을 찾아갔다. 고래이면서 인간이고, 고래가 아니면서 인간이 아닌 요나는 바다와 땅의 두 세계를 자신만의 습성대로 정렬시키고 있었다. 고래를 대하듯 인간을 대하고, 인간을 대하듯 고래를 대하며, 땅의 습성으로 바다를 살아가고, 바다의 습성으로 땅을 살아가는...... 별개의 고래인간이 되어 있었다.

p.301

아무리 정이 깊다고 해도 당사자의 고질적인 불행은 누구도 구제할 수는 없었다.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의 십자가를 같이 짊어지는 고생에 떠밀렸듯이 갑절의 불행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p.323

그리움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했어요. 일흔을 바라보는 황혼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가 찾아가지 못할 어머니의 고향 성주 땅과 만나지 못할 막내아들을 오늘의 삶에서 그리워하기 위함이라고요.

그리움이 남은 삶의 자기 일이라고 말했어요. 다시 만날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삶을 하루하루 쌓아간다면서요.

p.389

김명주, <검푸른 고래 요나> 中

+) 이 책은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한국 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아이돌 스타를 거쳐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지내는 강주미, 그리고 고래인간의 비밀을 간직한 고등학생 최요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주미 중심의 이야기이다. 주미 동생 혜미의 불행한 사고로 바둑 프로기사를 생각하던 주미의 목표는 혜미의 꿈이었던 아이돌로 바뀐다.

1부에서는 연습생으로 오디션에 참가하며 사람들과의 소통 문제를 겪는 주미의 모습과, 아픈 가족사에 대한 당사자와 타인의 시선 차이, 그리고 아이돌처럼 주목 받는 사람들이 겪는 고충 등으로 구성된다.

2부는 요나 엄마 최구희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은 요나를 잉태하게 된 사건과 고래인간 요나의 성장과정을 이야기한다. 고래인간인 요나가 고래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깊은 바다에서 동류의 고래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하고,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사회와 사람을 관찰하듯 바라보는 요나의 모습이 제시된다.

3부는 고래와 인간 그 어느 쪽도 아닌 고래인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쫓기는 요나와 요나 주변인물들의 모습이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이를 통해 인간의 잔인한 면모를 제시하고,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려는 고래인간의 선한 본성을 담아낸다.

이 소설은 꽤 긴 분량의 장편소설로 각 부에 따라 소설의 갈래가 다른 느낌을 받는다. 고등학생들의 성장기와 첫사랑을 담은 청춘로맨스물에서, 고래인간이 등장하게 된 사회적 사건과 환경 문제를 담은 환경소설 혹은 판타지소설에서, 고래인간을 실험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다룬 스릴러 혹은 액션물까지 이어진다.

이 소설은 환경문제, 화려한 대중문화의 이중적인 모습, 국가적 사건의 은폐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고래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기에 고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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