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프루스트가 말한 것처럼, 사람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미술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가장 자유롭다. 또, 미술은 시공을 초월한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마술적 경험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술 여행은 '여행 속의 여행'이다.

pp.12~13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을 사용한 극명한 대비로 기쁨, 슬픔, 분노, 고통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다. 이제 사람들은 균형 잡힌 르네상스의 작품에 열광하지 않았다. 카라바조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드라마가 스며 있었고, 사람들은 그 강렬함에 중독되어갔다.

카바라조 그림의 특징 중 하나는 예비 드로잉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스케치로 미리 구도를 잡지 않고 작업했다. 이것을 알라 프리마 방식이라고 한다. 이는 이탈리아어로 '첫 시도'를 의미하며 밑그림 없이 단번에 주제에서 받은 첫인상을 전달하는 기법이다.

pp.23~24

현대 미술은 마이너스의 예술이다. 삭제하고, 삭제하고, 또 삭제하며 그 안에서 본질만을 표현한다.

p.118

1982년 보이스는 독일 카셀의 국제 현대 미술제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7천 그루의 떡갈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보이스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는 신념 덕분이었다. 그는 모든 인간은 창조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직업을 통해 사회를 창조해낸다고 주장했다. 보이스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사회라는 작품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예술가인 셈이다. 이것은 우리가 삶을 예술 작품처럼 대하고 창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p.186~187

르네상스 이후 500년간 화가들은 단일 시점인 원근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왔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모사한 것이다.

하지만 피카소는 대상을 여러 주관적 관점으로 해체한 후 이를 한 화폭에 담아냈다. 마치 네모난 상자를 펴면 옆모습과 앞모습, 뒷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듯이, 여러 개의 단면이 하나의 캔버스에 펼쳐졌다.

p.245

다빈치의 작품이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미학적으로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표현한 인물의 심리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어서일 것이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두려워하고, 분노하는 우리를.

pp.285~288

가장 본질적인 것은 가장 나중에 나오는 법이다. 마티스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채움이 아니라 비움을, 무거움이 아니라 가벼움을 택했다. 그리고 비워낸 공간에 신의 사랑, 즉 빛을 채웠다.

p.382

강정모, <한낮의 미술관> 中

+) 이 책의 저자는 예술 여행을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사람이다. 저자가 예술, 특히 미술 작품의 관람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듯, 이 책을 통해서도 우리는 간접적으로 예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 책에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의 예술 도시와 그곳의 역사, 그리고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작품과 사연들이 실려있다.

도시의 풍경과 곳곳의 건축물 사진을 담았고, 미술관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예술 작품들을 실어놓았다. 이 책에 있는 예술 작품들은 미술관에서 직접 사진으로 찍은 것도 있고, 그림으로 담은 것도 있어서 실제 미술관에 가서 보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예술 여행을 하듯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각 예술 작품에 대한 저자의 정성스러운 설명도 흥미로웠고, 예술 도시의 모습과 예술 작품을 품은 공간들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예술작품이 살아숨쉬는 곳을 미술관이라 칭하하는 것이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다.

미술 작품을 관람할 때 사람마다 다르지만 분명히 느끼는 것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점에 주목하여 예술 작품을 설명하고 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렵지 않아서 이해하기 쉽고 생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간접적이지만 예술 여행을 만끽한 기분이 든다.

여러 도시의 문화와 예술 작품의 역사를 알기 쉽게 만난 듯 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미술 여행은 여행 속의 여행이라고 언급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자 저자의 그 말이 어떤 의미에서 나온 것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여행 속의 여행을 잠시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휴가지에서 읽는다면 여행 속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책 같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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