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만들어 채소와 꽃을 심고 흙을 만지고 있으면, 복잡했던 머리도 차분해지고 마음도 안정됩니다.
저는 이런 치유 효과를 몇 해 전부터 '테라 테라피'라고 부르곤 합니다. 흙을 의미하는 테라와 치료법을 뜻하는 테라피를 합성한 말이지요. 노란 나비들이 짝지어 날아드는 것을 보면 심신이 여유로워지고, 꿀벌이 이 꽃 저 꽃을 찾아다니며 꽃꿀과 꽃가루를 모으는 걸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p.9
현재 17명의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은 실내농장에서 기른 신선한 채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고 있습니다.
남극 세종기지의 실내농장은 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2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재배실과 휴게실로 운영 중입니다. 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하는 실내농장은 스마트 팜 원격 모니터링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p.28
"우리는 이번 겨울에 정원을 거름으로 덮을 거야. 땅이 비옥하면 가뭄을 견디며, 수확량이 늘어나고, 최고의 품질에 도전할 수 있지. 나는 너를 괴롭히던 벌레들은 토양에 거름기가 부족해 작물이 약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해. 우리 같이 힘써서 내년에는 벌레들을 막자." (토머스 제퍼슨)
그는 이처럼 원예의 기본 철학을 중시했으며,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신의 선택된 백성"이라고 믿었습니다.
pp.32~33
이 온실은 바닥에 구들을 놓고 불을 지펴서 식물 뿌리 부분의 온도를 25도 정도로 유지하는 한편, 햇볕이 기름을 입힌 한지를 통해 온실 내로 들어와 실내 바닥 및 황토 벽체에 흡수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흡수된 열은 복사열로 바뀌면서 한지를 통해 밖으로 나기지 못하므로 실내 온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은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 온실은 지중과 공중의 이중으로 가온하고 습도까지 조절하는 첨단 온실이었습니다. 이런 온실이 있었기에 조선 초기 왕실에서는 한겨울의 눈 속에서도 신선한 채소와 아름다운 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p.82
예로부터 농사에는 다섯 가지 재해가 있다고 했습니다. 홍수가 하나이고, 가뭄이 하나이고, 바람, 안개, 우박, 서리가 하나이고, 병이 하나이고, 벌레가 하나로, 무릇 농사의 재해와 근심은 이 다섯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p.106
작물의 종류는 용도에 따라 크게 식량작물, 원예작물, 특용작물, 사료작물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식량작물은 다시 곡류와 콩류, 감자류로 원예작물은 채소, 과수, 화훼로 나누어집니다.
식재료로서 채소를 나누는 기준은, 그 식물의 어느 부위를 주로 먹는가에 따라, 즉 이용하는 부분에 따른 분류입니다. 어떤 식물은 잎이나 줄기를 주로 먹고, 어떤 식물은 열매를, 또 어떤 식물은 뿌리를 주로 먹습니다.
엽채류 ㅡ 식물의 잎을 주로 먹는 채소 (배추, 갓, 상추, 깻잎, 시금치, 쑥갓 등)
경채류 ㅡ 식물의 줄기를 주로 먹는 채소 (양파, 마늘, 꽃양배추, 아스파라거스, 죽순 등)
근채류 ㅡ 뿌리 혹은 덩이뿌리를 주로 먹는 채소 (무, 순무, 당근, 우엉, 고구마, 마, 연근, 감자, 생강 등)
과채류 ㅡ 열매를 주로 먹는 채소 (오이, 참외, 호박, 고추, 토마토, 가지, 완두, 강낭콩 등)
화채류 ㅡ 꽃봉오리나 꽃잎을 먹는 채소 ( 아티초크, 콜리플라워, 식용국화, 브로콜리 등)
버섯류 ㅡ 균류에 속하는 각종 버섯
pp.188~193
홍희창, <선비들의 텃밭 조선의 채마밭> 中
+) 이 책은 직접 텃밭을 가꾸며 채소와 꽃을 기르는 경험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느낀 저자가 식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지식을 모아 엮은 것이다. 농경의 시작부터 시작하여 텃밭의 역사와 종류를 살펴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의 텃밭이 이어온 과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우리나라 특히 조선 텃밭의 모습과 관련 용어를 설명하고, 채마밭을 가꾼 선비들을 구체적으로 찾아 그들의 채마밭을 둘러보고 텃밭을 어떻게 가꾸는지, 선비들 각자에게 텃밭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싣고 있다.
중반 이후 채소를 분류하여 작물의 역사와 관련 설화 및 신화를 언급하고, 재배 방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더불어 각 작물의 효능과 활용 방법도 언급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채소와 관련된 한 권의 역사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어려운 책은 아니기에, 텃밭을 가꾸고 작물의 효용과 활용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텃밭작물 백과사전'을 부제로 붙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실하게 만든 책이라고 생각했다.
분량이 꽤 되지만 책의 전반부는 관련 역사 이야기라 재미있고 흥미롭다. 나머지 후반부는 천천히 관심있는 채소의 재배 기술과 활용법을 찾아서 읽으며, 순서 상관없이 보고 싶은 부분을 먼저 보아도 괜찮은 책이다. 말그대로 후반부는 텃밭작물 백과사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