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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파도를 잡아 - 서핑하는 카피라이터, 현혜원이 발견한 행복의 감각
현혜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6월
평점 :
발자국은 마음이 기댄 곳으로 향한다
p.17
다행히 맥주와 결혼 선언은 어찌어찌 무마되었으나, 미래를 단정 짓는 일이란 꽤나 위험하다. 자신에 대한 것이든 세상을 향한 것이든 상관없이 그 행위엔 새로운 시도를 막는 묘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른이 되어 내리는 단정은 신념이자 방어기제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가능성을 묶어버린다.
p.34
"커다란 파도에 와이프아웃* 되면 어떻게 하시나요?"
(* wipe out, 서핑을 하다가 보드에서 떨어지는 것. 의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도에 갇혀 꽤 괴로운 경우가 많다.)
서퍼는 대답했다.
"인간의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이 고통도 지나감을 알고 기다립니다."
p.97
수면 위에 앉아 파도를 기다리며 비를 맞다 보면 빗속에서 소리 지르던 그날과 비슷한 해방감을 느낀다. 억지로 막을 것도 도망칠 것도 없이 그냥 순리대로 흐르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비가 몸 위로 토닥토닥 떨어진다.
그래서일까, 서핑을 시작한 뒤로 '그래, 그럴 수 있어'라는 말버릇이 생겼다. 세상 모든 일은 그럴 수 있으니 그대로 두자는 생각의 흐름이 생긴 것이다.
p.153
똑같은 파도란 존재하지 않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모양만 다를 뿐 파도란 언제고 오는 법이다.
누군가 인생관을 물어보면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의 문장으로 답한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시간은 현재뿐이며, 과거와 미래는 관념일 뿐이란 말에 동의한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과 '이 파도 지나면 저 파도가 오는 법'은 맥락을 같이 한다.
pp.195~199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의 핵심은 '최선 다하기'와 '내려놓음'의 빠른 전환일 것이다.
p.201
현혜원, <오늘의 파도를 잡아> 中
+) 이 책의 저자는 서핑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카피라이터로 살다가 서핑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을 맞이한 듯 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서핑에 대한 단상, 그리고 저자가 살아온 인생 여정, 인생과 서핑의 비슷한 무늬에 대한 생각, 사랑에 대한 소소한 깨달음 등이 담겨 있다.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에 실린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 사진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더불어 그 바다와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한결같이 바다와 함께하는 하늘 등의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여행지에 온 듯 여유로움이 생긴다.
저자는 서핑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더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여유로워졌는지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인다. 서핑을 만나기 전에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고, 대부분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며 그 순간의 삶에 집중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저자도 서핑을 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복의 감각을 발견한 것이다. 무언가 조금 다른 참신하고 행복한 느낌, 그 감정이 저자를 새로운 인생의 방향으로 인도했다. 저자는 서핑을 하게 되면서 또 해보지 않은 도전을 시도하고 미래를 계획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핑이 인생과 비슷한 무늬인 것 같다는 문장에 공감했다.
바다를 품은 사진을 보며 여행을 즐기는 기분을 만끽했다. 또 서핑에 대해 잘 몰라도 인생에 새로운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며 희망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찾아오는 인생의 전환점들을 잘 찾아 현재를 즐기며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변화는 스스로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을 멋지게 보여준 책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