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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일기 - 나를 위한 가장 작은 성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5월
평점 :
일기장에 '뭐 했고, 어쩌고저쩌고, 왔다 갔다'만 늘어 놓는 것도 사실은 아주 좋은 일기 쓰기 방법이에요.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지요.
"일상이 우리가 가진 인생의 전부다."
대단하고 거창한 '본게임'은 늘 삶의 저만치 어딘가에 자리할 것 같지만, 아니요. 일상이 '본게임'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5분, 무엇을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지, 오후에는 누구를 만나 어떤 장소에 머물며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 매일의 습관, 태도, 마음. 이게 전부예요.
그러니까 일기 쓰기란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 행동을 바라보고 진정으로 내게 유익한 다른 대안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pp.28~33
그냥 노트를 펼쳐놓고 어떤 말도 다 풀어내는 거예요. 뭐니 뭐니 해도 이것이 일기 쓰기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시선을 끄는 첫 문장이나 훈훈한 마무리 문장도 필요 없이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갈기면 된다는 점이요.
내용은 최대한 마음대로. 단, 최소한의 사이클을 만들 것!
일기 쓰기 습관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딱 이 한마디뿐이에요. 여기에 모든 것이 담겨 있거든요. 일기장에 담길 내용은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장소에서 그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pp.51~52
일기가 너무 쓰기 싫은 날은 억지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길 바라요. 유난히 뭔가를 쓰고 싶은 날도 이유가 있듯, 쓰기 싫은 날도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마음이란 게 그렇잖아요. 확실한 언어로 표현되기 보다 언어 밖 경계선 어딘가에서 헤매는 날도 사실 많지요. 저도 그런 날이 있거든요. 너무 쓰기 싫은데, 쓰고 싶은 날이요.
p.57
저는 주로 아침과 저녁에 일기를 쓰는데요. 이 두 차례의 일기 쓰기는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주로 오늘 하루 어떤 날을 보내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며 누구를 만나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다짐과 의지가 담겨 있어요.
반면 저녁에 쓰는 일기는 또 완전히 다른 온도입니다.
언제나 현실이 얼마나 후지든 상관없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리셋되는 기분이 들어요. 오늘을 망쳐버렸어도 내일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오늘의 마음을 안아주면 내일은 더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와 믿음을 위한 시간.
지금은 물론 알고 있습니다. 삶의 모든 시기에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 일어난 일을 바라보며 그냥 숨 쉬고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pp.134~139
'너의 생각을 믿지 마라.'
어쩌면 제가 지난 10년간 수백 권의 심리학, 영성책을 읽으며 배운 한 줄의 깨달음입니다. 내가 '확실하다'고 여긴 생각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만의 착각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게 편하니까 혹은 오랜 시간 품어온 생각이니까 의심 없이 품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죠.
p.149
김애리, <어른의 일기> 중에서
+) 이 책은 일기를 쓰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인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일기 쓰기를 어떤 틀에 맞춰서 형식적으로 하기 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방법으로 되도록 일정한 루틴을 정해서 할 것을 권한다. 일기를 쓰는 방법과 노하우를 각 꼭지 별로 담고 있으며 일기 쓰기와 관련된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같이 실어두었다.
저자의 경우 아침, 저녁 일기를 쓴다고 한다. 아침의 일기에는 주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다짐의 목소리가 들어가고, 저녁의 일기에는 하루를 돌아보고 긍정적인 내일에 대한 기대로 마무리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일기 쓰기와 달리,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담아서 무엇이든 적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저자는 일기를 쓰는 행위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일기를 쓰면서, 그리고 지난 일기를 다시 살펴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자신을 발견하고 미래의 모습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기를 비롯해, 스스로에 대한 무엇인가를 꾸준히 적는 행위가 얼마나 자신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는지 깨닫게 되었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행위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꾸준하고 일관된 글쓰기처럼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행위의 쓸모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