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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5월
평점 :
ㅡ 자기 해방의 태도
세계에 대한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을 굳게 신뢰하는 것
쉽게 인정받거나 쉽게 실망하지 말고
숫자에 좌우되지 않고 나아가는 것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서로의 고독을
기꺼이 견지하며 함께 걸어가는 것
완전한 일치를 바라지 말고
고유성을 품고 공동으로 협력하는 것
삶의 자율과 인간의 위엄을 지키며
불의와 맞서 끈질기게 전진하는 것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긴 호흡으로
사랑하고 일하고 정진하는 것
ㅡ 경계(警戒)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오늘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위해 오늘을 유보하지 말 것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中
+) 이 책은 12년 만에 선보이는 박노해 시인의 시집이다. 그간 써온 수많은 시들 중에서 선별하여 새 시집으로 엮었다. 시집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시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12년간 약 3000여편의 시를 썼고, 그 중에서 약 300편을 선택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박노해 시인의 시는 예전과 다름없이 한결 같다. 그 한결 같은 모습이 그의 시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변함없이 일관된 시적 형상화가 시인의 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화려한 묘사와 복잡한 수식 없이, 깔끔하게 써내려간 필체가 그의 시의 특징이다.
이 시집의 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단호한 어조로 몰아치듯 말하다가, 때로는 부드럽게 다독이며 토닥이듯 말한다. 그는 여전히 올곧은 생의 무게와, 새날에 대한 희망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허위에 대한 저항의 힘,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줏대, 젊음은 곧 혁명이라는 가능성 등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랑, 새날, 진실, 길, 미움, 한계, 실패, 무게' 등의 시어를 인상적으로 보게 된다. 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서 사랑의 가치를 강조하고, 아름다운 희망과 새날을 노래하며, 실패와 한계를 두려워하지 말고, 사라지지 않는 진실과 정의를 향해 함께 걷기를 제안한다.
몇 편의 시에 저자의 어머님 말씀이 인용되어 있다. '잊지는 말아라 용서도 말거라 / 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 // 죽은 내 어머니는 그랬다 / 사람은, 미움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 인생은, 사랑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 곧고 선한 마음으로 끝내 이겨내야 한다고'
이 구절을 읽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요즘처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시기에 우리에게 해주는 꼭 필요한 말씀은 아니었을까. 타인과의 관계 혹은 스스로에 대한 성찰로 다가온 말들이 많은 시집이었다. 불안정한 시기에 이 시집 중 어느 한 두 편은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