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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있어도 당신은 슈퍼스타 -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어느 직장인의 젖은 낙엽 껌딱지 존버 에세이
권수호 지음 / 드림셀러 / 2022년 4월
평점 :
우리는 생각의 대부분을 걱정으로 채운다. 아무리 두려움과 공포가 인간의 생존 본능이라지만 현대인은 지나치게 지나간 일을 신경 쓰고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려워한다. 적당히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를 넘어 과거와 미래를 몽땅 현재로 가져와 버리는 셈이다. 당장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일 텐데. 어쩌면 월요병의 본질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윌리엄 오슬러가 말했다. 인생의 단계마다 과거와 미래를 향해 열린 통로를 철문으로 굳게 닫아버려야 한다고. 그래야만 우리의 '오늘'이 안전해질 수 있다고.
p.26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문제는 가만히 두는 게 더 좋은 해결책일 수도 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괜스레 건드려 더 큰 문제로 만들지 말아야겠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그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아닐까.
별것도 아닌 일에 죽자고 달려들지 말자.
p.42
애매함의 경계에 서 있으니 오히려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지 않겠냐는 그의 말은 분명 내게도 해당할 테니까. 여전히 애매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최진석 교수가 말한다. 우리는 늘 경계에 서야 한다고. 자신의 경계에 서서 그것을 깨부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다.
pp.54~55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나 자신을 '일'과 동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1'이 아니라 '1=나'였기 때문이다.
오탈자 하나에 오발탄 같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도, 얼른 거기에서 빠져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나는 나고 일은 일이다. 나는 나고 회사는 회사다.
1=1. 일은 일이다.
내가 아니다.
pp.68~69
나쁜 일이 생겨도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세상에는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다는 사실, 나쁜 일을 겪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해보자.
제임스 앨런이 말한대로다.
'우리는 나쁜 일로부터 배운다. 그러면 나쁜 일은 더 이상 나쁜 일이 아니다.'
p.87
내 마음속에도 손톱 같은 것들이 있다. 가만히 두면 어느새 자라나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있다간 삶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게으름과 욕심, 그리고 질투와 시기 같은 감정이다. 길어진 손톱을 보듯 명료하게 바라보고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p.148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레슬리 가너
p.212
권수호, <버티고 있어도 당신은 슈퍼스타> 中
+) 이 책은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버티며 사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의 업무나 부당함에 대해 토로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회사원인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넘쳐나도 버티고 또 버티면서 사는 삶을 에세이로 엮은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월요병에 시달리고, 금요일에 잘못 올린 보고서가 떠올라 주말 내내 불쾌하게 보내며 걱정하고, 그런 시간들이 싫으면서도 가족과 생계를 위해 또 회사에 나가는 삶. 그렇게 버티면서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마음을 저자는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맞벌이 부부의 생활 모습과, 한 아이의 아빠로 아이와 더불어 성장하는 아빠의 면모와, 그만두고 싶어도 버티는 회사원의 심리와 까칠했던 과거의 성격에서 벗어나 무던하고 둥글둥글하게 변해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음 브런치에 에세이를 꾸준히 올리는 저자가 책으로 엮은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꼭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 앞의 모든 이들이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그만두고 싶어도 각자 나름대로 수많은 이유들이 떠올라 최대한 버티는 삶. 그게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서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어차피 버티고 견뎌야 한다면 괴로워하며 힘들게 살기 보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낫다. 어차피 그만둘 수 없다면 이왕이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 더 낫다.
저자의 말처럼 주기적으로 마음에서 자라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은 마음의 손톱깎기를 이용해서 종종 깔끔하게 정리해주면 된다. 그러면서 또 오늘 하루를 잘 살면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혼돈의 감정과 시기를 글로 풀어내며 정리하고 또 정리해가는 저자의 이야기인 듯 하다.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 모두의 이야기인 듯 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