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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 불어판 완역, 개정판 ㅣ 청소년 모던 클래식 4
가스통 르루 지음, 박찬규 옮김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2년 2월
평점 :
라울은 극지방 원정 계획이 앞당겨져 늦어도 3주나 한 달 뒤에는 프랑스를 떠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 계획을 반기며 미래를 위해 잘된 결정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에 라울이 사랑 없이 미래의 영광 따위는 아무 소용없다고 대답했지만, 그녀는 사랑의 고통은 금방 사라진다며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를 달랬다.
라울이 얘기했다.
"크리스틴, 이런 심각한 문제를 어찌 그리 가볍게 얘기할 수 있나요? 어쩌면 우린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이번 여행에서 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pp.153~154
그때서야 나는 가면을 벗기는 행동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에 초래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로 인해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었죠. 내가 스스로를 영원히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는 걸! 나의 호기심이 모든 불행을 가져왔다는 걸! 사실, 그는 내게 충분히 경고했어요. 가면에 손만 대지 않느다면 어떤 위험도 없을 거라고 여러 번 말했죠. 그런데 내가 그의 가면에 손을 댄 거예요! 난 스스로의 경솔함을 원망했어요.
p.196
"당신이 그를 두려워하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날 정말 사랑하긴 하나요? 만약 에릭이 잘생겼다 해도 당신은 날 사랑할 건가요?"
"불쌍한 사람! 왜 운명을 저울질하나요? 죄의식처럼 마음 깊은 곳에 감춰진 걸 왜 굳이 꺼내 보려 하나요?"
p.200
"에릭이 비밀을 감추려는 건 그의 비밀이 곧 크리스틴 다에양의 비밀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한 사람의 비밀을 말하면 다른 한 사람의 비밀도 밝혀지게 되니까요."
p.231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현재가 있을 뿐이지! 그리고 자네는 내게 현재를 빚지고 있어! 내가 아니었더라면 자네의 현재도 없었을 테니까..."
p.264
가스통 르루, <오페라의 유령> 中
+) 이 책은 뮤지컬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을 청소년들을 생각해서 되도록 고어투를 배제하여 번역한 소설이다. 뮤지컬을 본 사람들도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내용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은 각색한 것이라 원작 소설 속 내용을 모두 다루지 않고 일부 인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일부 인물은 드러내지 않았다.
솔직히 오랜만에 프랑스 소설을 읽는데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 그런지 전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술술 잘 넘어갔다. 그렇기에 저자가 추리소설 갈래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한 사람을 악인으로 만드는 데에는 많은 요인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한 두 가지 소소한 것들, 즉 한 두 사람의 나쁜 영향으로 얼마든지 개인은 악인이 될 수 있다. 에릭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그를 그렇게 몰아간 것이 아닐까 싶다.
추악한 외모에 대한 편견과, 자기들의 욕심을 지키고자 타인의 목숨을 쉽게 여기는 귀족들의 만행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과 집착 사이의 거리에 대해 생각했고, 오해와 착각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어쩌면 그건 스스로를 위한 합리화는 아니었을까.
또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해 천사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천상의 목소리를 갖고 싶어한 인물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인정받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함일까. 자기 자신일까. 타인일까.
이 소설은 추리, 로맨스, 예술 등의 장르를 골고루 담은 작품이었다. 열린 결말 형식으로 끝맺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서로 극진히 사랑하던 연인들의 행방이 과연 진실인지 곰곰히 생각해본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