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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웹소설 - 종이책만 읽던 뉴비의 웹소설 탐험기
Guybrush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4월
평점 :
'권' 단위로 판매하는 책과 달리 웹소설은 '회' 단위로 팔았다. 1회 분량은 5,000자 이상이고, 25회면 한 권 분량이 된다. 일일 연재 방식으로 작가가 매일 소설을 1회 이상 올리면 독자가 회차별로 구매해서 읽는 방식이었다. 이를 '편당 결제'라고 부른다.
p.22
웹소설 공모전은 웹소설 형식에 맞춰 정해진 기간 동안 연재를 한다. 내가 처음으로 도전한 2018년 문피아 공모전을 예로 들면 40일동안 최소 30회 이상 연재, 매회 띄어쓰기 포함 3,000자 이상, 총 150,000자 이상을 써야 했다. 이 조건이 최소한의 커트라인이다. 웹소설 플랫폼마다 기간이나 회차, 글자 수 등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대략적인 형식은 비슷하다.
일일 연재로 인해 생겨난 원칙으로, 웹소설은 독자가 내일도 다음회를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pp.28~29
웹소설의 주인공은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웹소설은 주인공이 이미 시련, 역경, 딜레마, 고민, 고통 등을 모두 겪고 자기만의 해답을 찾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웹소설은 모든 과정을 속성으로 끝마친 주인공이 깨달음이든, 재력이든, 초능력이든 새로운 힘을 바탕으로 원하던 것을 손에 넣는 과정을 보여 줘야 한다. 이것이 일일 연재라는 웹소설 시스템과 독자가 바라는 대리 만족이 결합하여 생겨난 웹소설에 특화된 스토리텔링이고, 주인공이 보여줘야 할 모습이다.
p.63
무료 연재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신 회 24시간 조회 수다. 그럼 유료화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최신 회 24시간 구매 수다.
p.106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똑같은 작품에 오직 제목만 바꿨을 뿐이다.
웹소설에서 제목으로 인한 독자의 유입과 반응은 이처럼 천지 차이였다.
p.186
웹소설이 어떻게 서술되는지 살펴보자.
하나. 이야기 구조가 직선적이고 비교적 단순해진다.
둘. 한 회에 한 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마무리되는 것이 좋다.
셋. 멋진 묘사보다 빠른 전개가 더 중요하다.
pp.211~217
독자는 참신한 작품을 찾는 게 아니다. 재미있는 작품을 찾는다. 참신해서 비록 재미는 없지만 참고 읽는 독자는 없다.
잊지 말자. 재미는 익숙함에서 나온다.
웹소설에서 말하는 장르의 공식, 이른바 클레셰도 이와 비슷하다. 작가들은 왜 계속 비슷한 소설을 쓰고, 독자들은 왜 또 읽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런 소설이 시장에서 계속해서 먹히기 때문이다.
p.270
Guybrush, <대기업 때려치우고 웹소설> 中
+) 이 책은 서문에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웹소설 작법서가 아니다. 저자가 어떻게 웹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웹소설 작가로 자리매김했는지를 에세이집으로 엮은 것이다. 국문과 출신으로 대기업을 잘 다니던 저자는 웹소설에 대해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갖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웹소설을 썼겠지만, 웹소설 시장은 냉혹했다. 몇 번의 실패와, 편집자들의 신랄한 조언, 그리고 저자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겪으며 저자는 성장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은 웹소설 작법서는 아니지만, 웹소설을 쓰는 과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잊지말 것, 웹소설을 쓰기 위해 관련 분야의 웹소설을 많이 읽어볼 것, 자신이 쓰려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 조사를 할 것, 댓글에 휘둘릴 필요는 없지만 필요한 조언은 꼭 귀담아들을 것, 매일 연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면 반드시 미리 몇 회분을 써둘 것 등등
개인적으로 웹소설에 대해 막연한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웹소설 작가가 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올려야 하는 부담감은 엄청난 것이다. 더군다나 독자들의 연독률까지 신경써야 하니 피를 말리는 작업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웹소설 작가가 되기까지 실패와, 고충, 성공과 희열 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에세이집이기에 현실적인 듯 하다. 작법서를 읽는 것도 좋겠지만 이런 책을 통해 선배의 조언을 먼저 접하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웹소설을 한번 찾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매일 5000자 이상을 6개월에서 1년간 써내는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상에나. 매일 5000자씩 써야 한다니. 정말 힘든 일을 해내는 작가들이었구나. 웹소설가들은. 조만간 정말 웹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