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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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그 순간,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명령의 변화가 가져온 반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명에는 늘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이 나타나고 모두가 그것이 세상을 뒤집을 거라고 확신한다.

<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꿈이 어떻게 빗나간 길을 가게 되는지, 그 사례를 연구한다.

pp.18~19

맥팔런드는 노든의 설계 방법이 몹시 특이했다고 말한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로지 혼자서 설계를 했죠.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그는 메모지도 가지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노트도 없었습니다. 기록 보관소에 가서 그의 기록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 곳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p.34

폭격기 마피아들은 솜씨 좋게 송수로와 프로펠러 스프링 공장을 제거해 적에게 경제적 손상을 입힘으로써 전쟁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그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현재의 폭격 기술이 전쟁의 범위를 좁힐 수 있게 해주었다고 믿었다. 영국인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그들은 폭격기 부대를 보유하는 데 따르는 이점은 전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것을 '지역폭격'이라고 불렀다. 특정한 목표를 두지 않는 폭격 전략을 완곡하게 돌려 말한 것이다.

p.68

폭격기 마피아의 전체적인 논거, 존재의 이유는 선을 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기술적 논거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쟁 수행 방법에 대한 도덕적 논거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정밀폭격의 대부 칼 노든에 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가 명석한 엔지니어라거나 못 말리는 괴짜라는 게 아니라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점이다.

역사학자 스티븐 맥팔런드는 이렇게 표현한다.

- 그는 폭격을 더욱 정확하게 만듦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진실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육군과 해군의 말을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전쟁에서 사람이 아닌 전쟁 기계들을 파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p.87

모든 전쟁은 부조리하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서로를 없앰으로써 불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서로를 제거하지 '않을' 때에는 '다음' 기회에 확실히 서로를 제거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모든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p.147

르메이는 정말로 거기 앉아서 구름이 걷히고, 제트기류가 사라지고, 폭격수들이 노든 폭격조준기의 명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까? 전쟁이 끝나고 한참 후에 기록된 한 구술사에서 르메이가 헤이우드 핸셀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르메이 : 야간 소이탄 폭격을 입에 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를 내야 했습니다. 저는 결과를 만들어야 했고요. 제가 결과를 만들지 않거나, 잘못된 추측을 한다면 또 다른 사령관을 거기에 불러야 했겠죠. 이미 핸셀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그는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어요. 결과가 필요했습니다.

p.200

말콤 글래드웰, <어떤 선택의 재검토> 中

+)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순간들을 다룬 논픽션 작품이다. 논픽션은 허구적인 상상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만든 책을 말한다. 도쿄 대공습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그 때의 숨은 이야기를 저자가 깊이 파고들어 이야기한다. 역사학자의 말과 그 순간에 있었던 군인들의 인터뷰를 담아 풀어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애초에 폭격기를 만들었던 사람도, 그 폭격기를 이용해 전쟁의 우위에 있고 싶었던 사람도, 또 그 폭격기를 조종하는 사람도 모두 그것이 민간인들에게 직접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관련된 물품을 생산하는 시설들을 폭파하는 것에 쓰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와 달리 폭격기는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사용되었다. 그 길을 선택한 사람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집착에 따라 이용된 것이다. 어차피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군가는 죽고 다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폭격기를 사용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민간인을 대량 학살 결과를 가져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름끼치게 무섭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전쟁이란 국가와 국가 간의 다툼이 아니라 한 개인의 집착 혹은 욕망에 의해 더 크게 번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잘못된 명령이 얼마나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는지, 또 그로 인해 전쟁의 규모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만약 다른 사령관이 최종 선택을 달리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누군가의 국가를 위한 선택은 과연 온전히 국가를 위한 것이었을까. 르메이는 정말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선택인데 어땠을까.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선택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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