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와 함께 출근합니다 연시리즈 에세이 7
장새라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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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다 보면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온다. 그래도 회사로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다시 돌아오리라 굳게 믿고 있는 회사를 외면하기도 힘들었다. 휴직은 말 그대로 잠시 쉬는 것이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다. 전보다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면 막막하기도 했다.

아이를 보면 가기 싫었고 내 모습을 보면 가고 싶어졌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아이 엄마로, 나를 잃어버린 채 살 수는 없었다.

p.25

매일 이렇게 버텨가면서 나는 왜 일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당연 돈이다. 둘이 벌어 둘이 살 땐 풍족했다. 둘이 벌어 셋이 사는 것은 그럭저럭 살 만하다. 하지만 혼자 벌어 셋이 사는 건 빠듯하다. 먹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 먹고만 산다. 저축은 꿈도 못 꾸고, 뭐 하나 사려 해도 몇 번을 들었다 놨다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일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일을 놓아버린다면 그동안 내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너무나 허무해진다.

p.45

우리나라의 출산, 육아 제도는 전에 비하면 상당히 좋아져다. 매달 통장에는 아동수당이 들어온다. 나라에서 보육료도 전액 지원해주니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크게 돈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아이 돌보미 서비스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좋은 제도들도 운영되고 있다. 이젠 육아휴직도 엄마, 아빠 동시에 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라에서 지원하는 이러한 정책들을 대부분의 근로자가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p.53

순간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화를 낼 때, 돌아서서 늘 후회하고 자책했다. 하지만 엄마도 사람인데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다만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화를 내고 나서는 반드시 아이에게 내 감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항상 미안하다 이야기하고 꼭 안아주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주었다.

p.68

'진정한 사랑은 영원히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이다.'

- 스콧 펙

p.76

워킹맘은 미안한 마음에 더 애를 쓴다. 늘 가족들에게 잘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몸을 쪼개고 쪼개서라도 뭔가를 해주고 싶다. 잘하고 싶다. 나도 남들처럼 예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우린 슈퍼우먼이 아니다. 우리도 똑같이 24시간을 사는 사람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p.207

예측불가능한 하루,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걱정을 안고 사는지도 모른다. 내가 걱정을 하든 안 하든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나게 되어 있다. 걱정한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안 일어나고, 안 일어날 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일이 일어난 뒤에 해결 방법을 찾으면 된다.

p.231

장새라, <아이와 함께 출근합니다> 中

+) 이 책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솔직한 경험담과 고민, 그리고 깨달음을 담고 있다. 엄마가 되면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 외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추가된다. 아니다.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 되면서 본인도 모르게 자신을 잊어버리게 된다.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을 미뤄두게 된다.

저자는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에 미안해하고, 출근을 시작하면서 아이와 가족에게 미안해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건 누구에게도 미안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 저자는 워킹맘으로 살면서 자책감 혹은 죄책감에 대해 어떻게 감당하고 견뎌야 하는지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먼훗날 아이 앞에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씩 시간을 내서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등의 시간을 마련한다. 그러면서 자존감을 되찾고 삶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워킹맘들의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볼 것을 권한다. 저자 자신부터 이런 시간때문에 삶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수많은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보통 우리 자신 하나만 챙기기도 어렵지 않았냐고. 그런데 아이들과 가족의 몸과 마음까지 챙기는 당신들은 정말 대단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 책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상처받고 전전긍긍하는 워킹맘들이 읽으면 위로를 받을 것 같다. 또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챙기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엄마의 탓이 아니다. 아이에게 부족하고 미안하다는 자책감을 갖지 말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엄마 역할 말고 자기 자신의 커리어를 챙기려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워킹맘들이 그렇게 쿨하게 넘겼으면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주변의 워킹맘들이 읽으면 공감되고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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