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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무관심 - 함께 살기 위한 개인주의 연습
한승혜 지음 / 사우 / 2021년 6월
평점 :
개인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개인의 존재와 가치가 국가나 사회 등의 집단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을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규정하고 판단하는 사상, 사고방식, 가치관, 신념, 태도, 기질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개인주의는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와 대립되는 사싱이다.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그 무엇보다 존중하는 태도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비슷하기는커녕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단체와 집단주의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개인을 개인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스로를 개인주의자라 표방하는 사람들 또한 개인주의의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개인주의가 이기주의와 자주 혼용되는 지금의 상황인 것이다.
pp.8~10
서로에게 일정한 거리를 지키며, 간섭과 참견을 하지 않는, 나와 다른 타인의 개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적당한 무관심의 사회. 그러면서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약자와 소수자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을 잊지 않는, 서로에게 다정한 사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와 같은 '다정한 무관심'이 아닐까.
p.25
간혹 나보다 어린 상대가 내 나이를 듣고 말을 편하게 하라고 권하면 사양한다. 나보다 나이 많은 이에게도 말씀 편하게 하시라고 선뜻 권하지 않는다. 서로 동등하지 않은 언어로는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없다는 것이, 그리고 동등한 입장에 서지 않으면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평등하고 느슨하며 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관계, 달리 말하면 상호 존재하는,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선 관계를 나는 가장 좋아한다.
pp.61~63
이와 같이 소수자, 마이너적인 정체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되, 티 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을 '커버링'이라고 부른다. 커버링은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저서 <낙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요약하자면 "어떤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그 낙인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를 이야기한다.
p.77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문장을 오지랖의 상징처럼 여기고 거부감을 갖고는 하지만, 여기에서 '한 마을'이라는 것은 타인이 아니다. 국가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안위가 이상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 자체로 위험할 수밖에 없다. 가족 제도는 보호자의 '인성' 하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공동체와 사회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p.311
책을 쓰며 다시 한번 깨달은 사실은 이 세상 누구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신세를 지지 않는 무해한 존재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대한 자신의 해로움을 줄이려 애쓰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기대고 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 동시에 타인을 감내하고 이해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437
한승혜, <다정한 무관심> 中
+)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사회 곳곳에 당연한 듯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편견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며, 그들을 바라보는 틀에 박힌 시선과 언행의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집단주의에 익숙한 환경에서 개인주의를 지킬 용기와 연습이 지속되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편견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생각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함부로 비난하지 않는 것,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타인의 개성을 수용하는 것, 하지만 곤란한 약자와 소수자에게 용기있는 손을 내미는 것. 그런 다정한 무관심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