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학자들은 대부분 염세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염세를 보는 관점이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염세는 일종의 정서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표면적으로 보고 경험할 때, 그것이 불쾌한 감정을 불러오면 '염세적이 된다'고 말한다. 반면 철학자들의 염세는 '세상 전반을 꿰뚫어보는 통찰'이다.
p.9
중국불교는 유가의 윤리사상과 결합하였기에 사람들에게 선함을 권하고 '불교의 법이 세상의 법과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강조했으며, 도가의 무위사상과 결합했기에 마음의 집착을 버리는 것을 중시하며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성격을 띠게 되었다.
요컨대 불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투거나 서두르지 않고 속세에 휘둘리지 않는 삶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불교사상과 도가사상이 융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장자>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다.
p.20
장자는 세상에 객관적으로 당연한 것은 없다는 점으 강조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자기만의 기준으로 내린 판단에 불과하다. 모든 가치는 주관적이며, 세상에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느 기준은 없다.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사상 역시 자기만의 기준이 지어낸 단면에 불과하다.
p.78
진리가 작은 갈등에 묻히면 진리를 해석한 글도 그럴듯한 논리에 휘둘리게 된다. 유가와 묵가의 논쟁도 이렇게 비롯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으로 상대방이 옳지 않다고 비판했으며,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비판했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타인의 관점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눈이 무엇으로 가려져 있었는지 일깨워줘야 한다.
<<장자>>, <제물론> 편
p.81
우리가 '세상에 진리가 없다'라고 말할 때의 의미는 인생을 함부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진리가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진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인생에는 도처에 진리가 있으므로 한두 가지 가치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
p.98
우리의 사고와 느낌은 저절로 생겨나기 때문에 떠오르는 생각을 인위적으로 그치게 할 방법은 없으며,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을 방법도 없다. 우리 내면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과 의식은 절대로 내가 아니다.
p.127
우주의 관점으로 보면 만물에 귀천의 구별이 없다.
<<장자>>, <추수>편
p.161
우리는 왜 늘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푸념할까? 우리가 모든 일을 지나치게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장자는 인생이 꿈이라고 여겨 살면서 맞닥뜨리는 일들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p.181
길을 걸을 때 발자취를 남기지 않기는 쉽지만 땅을 딛지 않고 걷기는 어렵다. 자신의 생각대로 형세를 주도하면 자칫 일을 망친다. 그러나 우주에 맡겨 저절로 흘러가게 하면 이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정저>>, <인간세>편
p.199
염세철학가, <당당한 염세주의자> 中
+) 이 책의 저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웠던 장자의 사상에 대해 논의한다. 쓸모없는 것들이 힘이 된다는 설명부터, 세상에 모두 통하는 진리는 없다는 생각, 그리고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 등등에 대해 다룬다.
삶의 진리와 가치란 무엇인가 늘 고민하던 저자의 관심이 이 책에 드러난다. 장자가 말한 파격적인 발상과 의견들을 우리가 같이 공유하며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장자가 언급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맛보아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