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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ㅣ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평점 :
네덜란드에서는 가톨릭의 힘이 줄어들며 대형 종교화가 사라졌지만 이들도 개신교인이었기에 그림에 종교적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 성경 <시편> 103장 15~16절에는 "인생은 그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가면 없어지나니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라고 쓰여 있다. 꽃은 자체로 아름답지만 조만간 시들 수밖에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므로 현재의 영화가 한시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그림에 넣은 것이다.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꽃과 조금 시든 꽃, 떨어져 말라버린 꽃을 함께 그려 우리 인생의 순리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도마뱀은 인간의 기만과 죄, 끊임없이 풀을 갉아 먹는 애벌레는 탐욕과 허무한 욕망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달팽이는 짐을 지고 땅에 붙어 기어다녀야 하는 운명이므로 원죄를 지고 세상에 온 인간을 뜻한다.
p.33 [한스 볼롱기에르, - 꽃이 있는 정물화]
그렇다면 그림의 관람자는 그림의 의미를 안다고 해야 할까. 모른다고 해야 할까? 안다고 하면 이미 많은 이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 일을 경험한 사람이 된다. 모른다고 하면 살롱전에서 선정한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렇게 불편한 그림을 왜 그렸는지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난감한 기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러니 비평가들이 쏟아내는 이야기에 동참할 수밖에.
p.44 [에두아르 마네, - 올랭피아]
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 2프랑으로 암탉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고 하니, 암탉 2500마리 가치의 비싸지 않은 값으로 작품을 구매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들라크루아가 그의 작품을 모사했고, 오노레 도미에는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푸줏간> 시리즈를 제작한다. 비례와 균형이 잘 맞는 것이 아름답고, 반기독교적인 것은 악하고 추하다고 여기던 예술의 개념이 드디어 조금씩 변화한 것이다.
p.169 [렘브란트 판레인, - 도살된 소]
80점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43번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로, 그림 속 잠들어 있는 인물은 고야 자신으로 추정된다. 그림의 주석에는 "이성에 버림받은 상상력은 불가사의한 괴물을 낳는다. 이성과 하나로 결합한다면 상상력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가 되고 경이의 근원이 된다."라고 쓰여 있다. 이성의 외침을 듣지 못하면 모든 것은 환상이 된다고 강조한 작품이다.
p.274 [프란시스코 고야, -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
진병관, <기묘한 미술관> 中
+) 이 책은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인 저자가 미술관에 걸린 명화들을 부담없이 흥미롭게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가의 취향, 시대의 특성, 아름다움, 죽음을 기준으로 명화들에 담긴 이야기를 몰입도 높게 설명해준다. 각 화가들의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을 한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듯 말해주어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그림에서 엿보이는 특징들을 살펴보며 그 시대의 특성이나 예술의 사조 등을 짐작할 수 있어서 다른 예술과의 관련성도 궁금하게 만든 책이다. 명화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어서 고마운 책이었고,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작품의 깊이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이해하게 된 감사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