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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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대가 되니 두렵고 떨리게 했던 것들에 대한 겁이 조금 없어졌다. 더 이상 누가 나를 욕하거나 위협할 때 파르르 떠는 새가슴이 아니었다. "왜, 뭐!" 하며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할 말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더 밟아대는구나. 한 번이라도 큰소리쳐야 건드리지 않는구나.' 혹독한 지난 시간 덕택에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p.19

방송을 그만두고 노년의 긴 세월 동안 무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유성 선배는 대뜸 그냥 살란다.

"여행 다녀. 신이 인간을 하찮게 비웃는 빌미가 바로 사람의 계획이라잖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아."

p.45

우리도 사람마다 겪는 일이 다르고 사는 모습도 다르듯, 똑같은 빛도 이렇게 관통시키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이 되어버리는구나. 매일 똑같은 일을 해도 느낌과 깨달음이 그날그날 달라지는 것도 바로 이 탓이구나.

살아온 하루하루가 쌓여 사람마다 꺾이는 각도가 달라진다.

p.141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너 하고 싶은 것도 좀 하면서 살아.

p.206

가끔은 한걸음 뒤쳐져서 주변을 구경하고 어슬렁거리며 걷고 싶었다. 왜 못 하는가? 차 시간 때문에? 정말로 시간이 안 나서? 하고 싶으면 그냥, 거칠 것 없이 하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쉰일곱 살이 넘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p.275

"그럼요. 몸이 얼마나 정직한데요. 꼭 땅 같잖아요? 뿌린 대로 거둔다, 심은 대로 거둔다. 왜냐면 사람 역시 흙으로 지어졌으니까요."

p.277

양희은, <그러라 그래> 中

+) 이 책은 라디오를 진행하며 틈틈이 써온 저자의 단상을 모아 엮은 책 같다. 노래를 부르고, 콘서트를 하고, 생방송 라디오를 진행하며 인생의 깊이를 배운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인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이 죽거나, 자기 인생이란 없듯 빚에 허덕이거나, 암에 시달리거나 등등 저자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 저자가 배우고 깨닫게 된 인생 문제의 힌트를 독자도 보게 된다. 저자를 비롯하여 저자의 어머니로부터, 저자의 친구나 선배로부터 듣게 된 조언인데 묘하게도 우리네 인생에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라디오 사연을 듣듯 편히 읽은 에세이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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