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의류 수거함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0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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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절대로 매일 찾아오지는 않아."

"왜요?"

"자존심 같은 게 아닐까? 그게 고양이의 매력이지."

"이름은 지었어요?"

"이름은 책임질 수 있을 때나 짓는 거야. 나는 이 녀석을 책임질 수 없다고."

p.52

"이봐,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고서 어떻게 이 누더기 같은 세상을 버티겠어. 때로는 중독도 살아가는 힘이 된다구."

그 순간, 나는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보았다. 남자의 두 눈에 어뜻 스치고 지나간 어떤 텅 빔. 공허를.

p.57

"네 엄마가 임신한 상황은 나에게 또 다른 마운드였어. 야구장보다 훨씬 중요한 삶의 마운드. 만약 도망치거나 외면하면 평생 내 자신이 쏟아내는 비난을 견뎌야 하는. 그러니까 내가 야구선수를 그만두고 취직을 한 것은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내 삶의 마운드에서 힘껏 공을 던진 거야."

p.104

"그렇지 않아. 굳이 설명하자면, 자존감은 포용이란 토양에서 자라나고 자존심은 경쟁이란 토양에서 자라나지. 자존감이 이타심이란 열매를 맺는 반면, 자존심은 이기심이란 열매를 맺어."

p.268

"난 말이야...... 누군가 자살을 했다면, 그 죽음 자체보다도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이던 시간 때문에 그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져. 이 세상에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거야.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웠을까."

p.276

유영민, <오즈의 의류수거함> 中

+) 이 책은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청소년 소설이다.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팔고 그 돈을 모아 해외로 떠나고 싶어하는 주인공 도로시가 등장한다. 도로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한국의 입시 제도에 질린 상태고, 자신이 입시에서 떨어진 것을 인생의 실패로 여기는 부모님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헌옷 털이는 단순히 의류수거함을 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누군가의 추억과 고민을 보게 되고 의류함때문에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잇게 만든다. 그러면서 도로시는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타인의 상처와 고민 그리고 괴로움과 외로움을 공유하면서 도로시는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되고 그러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그 이해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최근 유행하는 소설 스타일처럼 삽화 형식의 이야기들을 엮어 긴 장편소설로 만들었다. 이야기의 연결점에 어색함이 없고 쉽고 따뜻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청소년 소설이라 한정짓지 말고 누구나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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