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정덕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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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 하며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그게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 [나의 아저씨]

p.19

"아,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간다는 거니까."

"완생이요?"

"넌 잘 모르겠지만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 [미생]

p.82

고형식은 아들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한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께 니가 딱 나처럼 산다면 난 싫을 것 같어. 나야 뭐 이제와 파일럿은 못해도 넌 뭐든 사고라도 한번 칠 수 있잖여." 그리고 아들이 흙수저라고 한 그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지 허세 섞인 한마디를 덧붙인다.

"너 흙수저 아니여. 아버지 앞으로 이십년은 더 벌겨. 뒤에 아빠가 딱 있으니께 한번 날아보라고."

- [쌈, 마이웨이]

p.149

"제가 이십대 때 좋아했던 시가 있는데 거기 보면 그런 말이 나와요.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이 오는 것이다. 막상 그 시를 좋아할 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그 말을 알고 나니까 그 시를 좋아할 수가 없더라구요. 알고 나면 못하는 게 많아요, 인생에는. 그래서 저는 지호씨가 부럽습니다. 모른다는 건 좋은 거니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이번 생은 처음이라]

p.170

'잘 자는 건 좋은 거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자면 그게 정말 좋은 인생이니까. 그러니 모두 굿나잇.'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p.205

"어릴 때요. 서른여덟 살 정도 먹으면 완벽한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모든 일에 정답을 알고 옳은 결정만 하는 그런 어른이요. 그런데 서른여덟 살이 되고 뭘 깨달았는지 아세요? 결정이 옳았다 해도 결과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만 깨닫고 있어요."

"마흔여덟 살 정도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아, 이거 스포일러인데......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나한테 옳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옳은 것일까? 나한테 틀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틀린 걸까?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p.219

"제가 왜요? 가족이면 무조건 풀어야 하는 거예요? 왜요? 가족이면 무조건 같이 살아야 하는 거예요? 같이 있기가 힘든데."

- [황금빛 내 인생]

p.256

정덕현, <드라마 속 대사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中

+) 이 책은 다양한 드라마 속 명대사를 다루고 있다. 작품 별로 저자가 선택한 명대사가 있고, 그에 대한 단상들을 담고 있다. 마음에 와닿는 드라마 속 대사를 일상적으로 풀어냈기에 어렵지 않다. 가끔은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가 심장을 울리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을 담고 있어서 반갑다. 드라마를 보지 못했지만, 좋은 문장을 접하면 그 드라마가 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드라마를 찾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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