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괜찮아지길 기도하지. 분명 예전처럼 제자리로 갈 거야.
도망가는 길 말고. 당당히 벗어나거나, 현재를 충분히 인정해야지.
그렇지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p.45
그 이후 선생님과 익숙해졌을 때 청소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 선생님, 저 청소 일이 너무 하기 싫어요.
- 그럼 왜 하고 있죠?
뜨끔했다.
- 예지씨가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이유가 떠올랐다.
-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지냈네요.
- 거봐요. 예지씨가 선택한 일은 마냥 의미 없진 않아요.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결국 예지씨가 필요해서 선택했고 그 필요성을 충분히 채워줬잖아요.
p.53
-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
- 음... 저는 이기지 못했어요. 이겼다기보단 견뎠어요. 마음으로 이기고 싶었지만 사실 이기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신경은 쓰였지만 견뎠던 것 같아요.
p.122~123
그것만 해결되면 고민없겠단 생각, 나와 다른 고민의 무게를 가볍게 본 일, 내 고민을 친구와 비교하는 일 등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각자의 입장으로 들어보니 알겠더라.
그러니 비교하지 말도록.
p.151
- 엄마는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창피하지 않아?
- 정정당당하게 돈 버는 일인데 뭐가 창피하니?!
- 뭔가 사회에 적응 못하고 실패한 느낌이 들기도 해.
- 예지야. 삶은 어차피 다 달라. 너의 성향에 맞게 사는 것도 살아가는 방식이야. 누군가는 회사생활이 맞을지 몰라도 정말 안 맞는 사람들은 그럼 어떡하니? 결국 자기에게 맞춰 조금씩 다르게 사는 거지.
p.146
김예지, <저 청소일 하는데요?> 中
+) 이 책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가 청소 일을 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은 사회적 편견과의 대치, 그리고 자신과의 갈등 둘 다를 말한다. 저자는 취직하지 못하고 청소일을 하는 것 같아서 위축되기도 하고, 20대의 여성이 청소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으로 속상해하기도 하며,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바라던 그림과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담겨 있는 책이다.
사회적 편견을 견디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 어떤 일이든 자기가 노력한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을 병행한다는 것도 다행이라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이 그은 선이든 혹은 사회가 그은 선이든 그것을 감당하고 견디며 사는 저자의 모습이 반가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