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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모두 무슨 원리니, 무얼 바꾸니, 무얼 믿느니 하는 법칙과 기술로 가득한 자기 개발서다. 자기 개발서를 읽는 건 자기를 주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읽고 있으면 면죄부가 생기는 느낌. 자본주의 사회의 성경이 바로 이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자기 개발서대로 살진 않는다. 그건 성경 말씀대로 살진 않지만 천국에 간다고 믿으며 성경을 읽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한거다.
p.32
아버지가 부자이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성인이 되고 자기 꿈을 꾸며 살기엔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석의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갑자기 만화가 그리고 싶어졌다.
p.148
일에도 삶에도 마감이 필요하다. 마감.
반드시 작가만 마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직장인에겐 퇴직해야 할 때가 있고, 자영업자에겐 영업을 접을 때가 있고, 연인에게는 이별의 때가 있고, 군인에게는 제대가 있다. 그게 마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스스로 묶어야 하는 매듭 같은 거.
p.310
10년이 넘게 이야기를 써오며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진실을 이야기에 담는 기술'이다. 진실과 상관없이 기발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다른 기술들은 금세 배울 수 있지만, 진실을 담는 기술은 배웠음에도 숙달되지 않는 '늘 새로운 도구'다. 이 새로움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p.526 [작가의 말]
김호연, <망원동 브라더스> 中
+) 얼마 전에 읽은 저자의 소설이 재미있어서 다른 작품을 찾아 읽었다. 비슷한 구성의 책인데, 이것이 먼저 쓰이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세계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저자는 소설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지난 번에 읽은 책도 그렇고 이 책도 마찬가지로 영화화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중반부에 같은 이야기의 반복처럼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어쩌다보니 좁은 옥탑방에 모인 네 남자의 인생이야기가 찌질한 듯 하면서도 애처롭고, 안타까운 듯 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