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 - 마음 읽어주는 신부 홍창진의 유쾌한 인생 수업
홍창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3월
평점 :
경험으로 비춰볼 때 소위 '진상'들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대할 때에는 일명 '진상 불변의 법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첫째, 무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끝까지 그저 "예"라고 응대하는 것입니다. 속으로야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도 겉으로는 "예"하며, 무시하는 마음가짐으로 무장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둘째, 그도 불쌍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각자 어떤 환경에서 나고 자랐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 대부분은 열등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누군가를 무시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그로 인해 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완벽한 관계란 있을 수 없고,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내 맘대로 안돼 괴로워하지 않습니까.
p.31~33
내 안의 옳고 그름의 잣대가 너무 확고한 나머지 상대방의 관점이나 가치관을 쉽게 무시한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저 사람 입장에선 저럴 수도 있겠다', '내 생각과는 참 다르구나'하고 짐작해보는 것만으로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는 훨씬 가벼워집니다.
내 안에 자리한 강성을 버리고 유연함을 갖춰보는 것, 싫든 좋든 매일 얼굴을 부딪치고 살아가야 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봄직 합니다. 내 마음을 쉽게 내어주지 않고 거리를 두니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한들 괴로울 이유가 없고, 괴로울 이유가 없는 마당에 한번 웃어주고 고개 끄덕여주는 것쯤 못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평생 볼 사이도 아니지 않습니까.
p.44
우리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건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입니다. '별 것 아니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게 두려운 감정들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변합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날은 아픈 감정이 조금 빨리 회복된다는 걸 알게 되지요.
p.207
다시 말하지만 '언젠가' 만나는 행복은 없습니다. 살면서 누리는 행복은 미래에 있지 않고, 살아 숨 쉬는 현재에 있습니다. 현재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만났다고 해도 쉽게 털어버립니다. 고통 속에 사느라,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p.231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세상 누구도 당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게 할 수 없다."
- 엘리너 루스벨트
p.267
재미있는 것은 고독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면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일상이 눈물 나게 고마워집니다.
그러니 세상에 치여 힘든 날이 계속된다면, 가족조차 나를 외롭게 할 만큼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크다면, 뜻한 바를 이뤘는데도 마음이 불안하다면, 잠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십시오.
p.276
홍창진,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 中
+) 이 책은 세상을 살면서 생기는 고민들에 대해 저자인 홍창진 신부님이 조언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가치관을 볼 수 있고, 사제라는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용기도 볼 수 있다.
흔히 종교인의 책에서는 긍정적인 메시지 위주의 내용이 담겨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요즘 읽게 되는 종교인의 책에서는 단순히 긍정적인 메시지 보다 우리 스스로를 먼저 아끼고 사랑하라는 내용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우리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사랑하는 법이 우선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종교인들이 쓴 책이라는 시선도 하나의 편견이다. 작가는 그저 작가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어쨌든 이 책은 솔직한 저자의 용기있는 조언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어떤 구절이든 자신이 곱씹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문장이라면 반가운 법이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방긋 웃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답답한 세상을 쿨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