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때 마음과 가슴이 열린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문제들에 너무 쉽게 큰 힘을 부여하고, 그것과 싸우느라 삶의 아름다움에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다. 단지 하나의 사건일 뿐인데도 마음은 그 하나를 전체로 만든다. 삶에서 겪는 문제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괴물이 되어 우리를 더 중요한 것에서 멀어지게 한다.
p.27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행복한 일이든 불행한 일이든 이것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
p.29~30
마음 속에서 하는 말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해도 자기 자신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을 부패시키고, 어떤 단어는 기도처럼 마음의 이랑에 떨어져 희망과 의지를 발효시킨다. 부패와 발효는 똑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어떤 미생물이 작용하는가에 따라 해로운 변질과 이로운 변화로 나뉜다.
p.37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의 가슴이 원하는 글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p.64
상대방의 불행에 공감하되,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 자신에게 달려 있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평정심이다. 영혼의 소진없이 타인을 지혜롭게 돌보려면 연민과 평정심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돌봄은 단순히 타인에 대한 돌봄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돌봄까지 포함한다. 나도 나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p.234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中
+) 이 책은 저자가 해외에서 트레킹을 하고 명상을 하며 머물렀던 기억, 시인이 되기까지 겪었던 일들에서의 깨달음,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배운 삶에 대한 애정 등을 서술한 에세이집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명상의 길로 인도하듯 잔잔하고 마음을 울린다.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잠시라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