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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유품 정리만 해주면 된다는 의뢰였지만, 막상 현장을 방문해 보니 방 주인이 욕실에서 고독사한 사례였다. 언뜻 욕실 내부는 깨끗해 보였다. 의뢰인인, 아드님이 직접 치웠다고 했다. 보통은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유족이 직접 나서지 못하는데 그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대체 어떤 심정으로 혼자 현장을 치웠을까?
"오직 어머니만이 저를 이해해 주셨지요."
아드님의 한마디가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p.58
우리는 의뢰인이나 유족, 친족이 아닌 사람에게 아무 것도 함부로 넘겨주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어떻게 자신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이 일을 하면서 괴로운 점은 오물도, 극심한 악취도, 벌레도 아니다. 인간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저 물건이 되고, 돈이 되어 버리는 걸까?
p.77
눈 감는 순간, 고인의 뇌리에 스친 생각이 궁금하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나도 그 순간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고독사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
p.126
고지마 미유, <시간이 멈춘 방> 中
+) 이 책은 젊기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유품정리사로 살아가는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고독사한 장면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하기도 한다. 무섭고 끔찍해도 그가 미니어처로 장면들을 재현해내는 것은 사람들이 고독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일임을 인지하며 조심하기를 원하기 때문인 듯 하다.
저자가 쓴 글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담고 있다. 미니어처 사진을 실은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고 느낀다.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 죽음을 앞두고 무엇을 정리하는 것이 좋을지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새해 첫 날 새벽에 읽은 책치고는 좀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새해 첫날 보니 마음을 다잡게 되는 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죽기 직전에 '잘 살았다'고 생각하며 떠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품정리사의 마음과 고독사로 떠난 이의 가족과 반려동물의 모습 등을 그리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