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통날
조성준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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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말하는 순간 공중에서 흩어져버리는 공허한 말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 되기도 한다.

당시 나의 마음에는 위로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만한 공간이 없었다. 나의 마음은 종이 한 장보다 좁았고, 어쩌면 그것을 반으로 접은 것보다 더 좁았을지도 모른다.

p.18

사람이 아프면 시야가 굉장히 좁아진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이 된다. 오로지 자신만 보이고 주변은 보이지 않는다. 애써 외면해서 안 보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한다.

p.20

사람마다 주어지는 삶의 무게도 다르지만 사람마다 견대낼 수 있는 무게도 다르다. 같은 무게를 아무렇지도 않게 짊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겨우 버티는 사람도 있다.

p.31

물론 알고 있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에 더 집중하면 아쉬움은 점점 커지고, 인생은 그에 비례해서 불행해진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참 쉽지가 않다.

p.100

조성준, <다시, 보통날> 中

+) 이 책의 저자는 20대 초반 암벽 등반 도중 추락하는 사고를 겪었다. 그 일로 같이 추락한 벗을 잃고 저자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수술과 재활 치료 과정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지냈다. 그때 아픔과 고통을 겪으면서 저자는 평범한 보통의 일상을 꿈꿨던 것 같다. 그 보통날들이 더이상 오지 않을 것 같을 때의 절망감이 깊이 와 닿았다.

차차 건강을 되찾아가며 저자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저자 엄마의 말처럼 다시 태어난 삶이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에는 보통날의 소중함과 감사함만큼, 그 보통날을 다시 무디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안타까움도 담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듯이 인간의 망각 또한 끝이 없다. 그렇게 원했던 순간들이 늘어날수록 그것에 무뎌지게 된다.

아마 저자는 그것을 잊지 않고 되새기고자 이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보통날의 소중함, 소소한 일상의 행복감,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은 절망적이었던 날과 보통날의 이야기를 일기와 단상으로 풀어낸 것 같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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