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고 보면 요리와 삶은 꽤나 닮아 있다. 섣불리 뭔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남들이 말하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말고. 나라는 사람이 나로서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들여다보고 궁금해하자. 남들이 말하는 것 말고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좋은 것들을 택하자. 마음 편하게 살자. 어차피 내 삶인데, 내 삶의 하루하루는 다 내가 먹는 건데.

p.33

나무에 달린 것이든, 땅 위로 솟아오른 것이든, 땅 아래 뿌리내린 것이든 채소라면 어느 것이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단, 오신채를 제외하고.

오신채란 다름 아닌 '다섯 가지 매운 맛이 나는 채소'를 뜻한다. 보통 파, 마늘, 부추, 흥거, 달래를 꼽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흥거 대신 양파를 포함시킨다.

p.49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

음식을 먹기 전, 두 손을 맞붙이고 스님이외는 오관계를 따라 읊는다.

p.56

"그래요. 고명을 젓가락으로 흩을 때, 우리는 무심결에 알지요. 이 음식은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는 걸요. 고명이 올라간 음식은 '내가 오로지 당신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란 뜻이에요."

p.88

"냉장고 제일 안쪽에 뭐가 있을까요? 기억도 안 나죠? 집에 가서 살펴보시면 아마 고추장, 된장, 장아찌 같은 게 있을 겁니다. 그런 것들이 내 건강을 지켜준다니 이상하죠? 너무 시시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몇 년 묵혀놔도 썩지도 않는 것들이야말로 나를 받쳐주고. 내 건강을 책임집니다. 보약, 과일, 비타민, 이런 게 아니라 실은 하찮고 시시한 것들이 내 건강을 지켜요."

p.111

사찰요리의 정신은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뜻의 '자타불이'다. 내 생명이 귀하듯 남의 생명 역시 귀하다는 정신에 입각해 고기, 물고기, 달걀 등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p.143

반지현, <스님과의 브런치> 中

+) 이 책은 바쁜 일상을 살며 아무 음식이나 대충 먹던 저자가 템플스테이를 시작으로 사찰 요리를 접하면서 변하게 된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도 회사 생활로 바빠지기 전에는 직접 빵이나 쿠키를 만들어서 먹을 정도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회사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치면서, 식사할 때를 놓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직접 요리하기 보다 간단히, 그리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찾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그때 딱 사찰요리를 접한 것이다. 천천히 사찰 요리를 배우면서 저자는 삶의 방식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음식의 의미와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배려와 사랑, 그리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요리하는 방법 혹은 레시피가 없다. 그것보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적고 있다. 사찰요리를 접하면서 자기 자신을 대하는 아끼게 된 저자의 모습이 반갑고 사찰요리에 대한 흥미가 생긴 것 같아서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