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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걷고 싶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휴먼 스케일의 체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성공적이지만 걷고 싶지 않은 거리들은 대부분 휴먼 스케일 수준에서의 체험이 다양하게 제공되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휴먼 스케일의 체험이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의 크기, 인도의 폭, 평행해서 가는 차도의 폭, 거리에 늘어선 점포의 종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보행자가 걸으면서 마주치는 거리 위의 출입구 빈도수와 걷고 싶은 거리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걷고 싶은 거리의 물리적 조건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한다.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우연성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걸으면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갖는 거리가 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것이다.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4~10%
방사형 도시 구조는 방사상의 중심점에 서 있느냐, 반대로 주변부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 이와는 다르게 격자형 도로망은 모든 코너가 동일한 권력의 위계를 갖는다. 모든 코너가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격자형 도시 구조는 방사형 도시 구조에 비래서 평등한 민주적인 공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격자형은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방사형 도시 구조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17%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는 마당 대신 넓은 주차장을 얻었다. 하지만 마당이 없어지니 발코니까지 확장해서 집을 더 넓히려고 안달이었다. 마당과 골목길의 부재는 고스란히 더 넓은 평형의 아파트를 구하는 갈급함이 된 것이다.
어느 공간이 한쪽으로 좁고 한쪽으로 길면 사람의 행위는 그것에 맞게 조성된다. 그래서 건축이 무서운 통제 방식이 되는 것이다. 좁고 긴 발코니에서는 바깐을 바라보는 일밖에는 못하는 반면, 정방형의 마당에서는 동그랗게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는 사람 간의 관계성이 쌍방향을 띠게 되면서 더욱 다채로워진다.
47%
책의 앞부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자유를 갖는 것이고, 자유는 곧 권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는 것과 권력은 밀접한 관련을 갖는데, 시각적 관계에 의한 권력 구조는 사무실의 부장님 책상 배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52%
좋은 사무 공간은 직원들이 큰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55%
건축은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여긴 건축이다.
75%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中
+)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건축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선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편하게 적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건축물의 구조와 도시의 구성을 저자는 깊은 사유의 시선으로 읽어낸다.
어떻게 거리를 조성해야 사람들이 걷고 싶어 하는지, 예전에 마당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의 관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동양과 서양의 건축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따라 건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등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가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창조한다'는 점에 유념하여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직업이란 생각을 했다.
방의 모양이나 구조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기도 하고 억압하기도 한다.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감시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방이, 건축이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 풍부한 지식과 그것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 늘 부럽다. 건축가를 꿈꾸거나 실내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시선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