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평점 :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 대신 '고립사'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p.54
그 누구라도 자기만의 절실함 속에서 이 세계를 맞닥뜨린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p.138
먹고 사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우리 삶에서 절대 도려낼 수 없는 가장 뿌리 깊고 본질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것이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모든 것이 함께 먹고살려는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p.152
내 대답인즉슨, 힘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힘들다고만 말하기엔 뭔가 꺼림칙한, 적잖이 즐거운 면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엔 즐거움으로만 가득한 노동도 없고, 오직 괴로움으로만 이루어진 직업도 없다.
p.184
제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그런 점입니다. 일상에서 늘 죽음과 연결된 느낌이 들어요.
p.190
김완, <죽은 자의 집청소> 中
+) 이 책은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저자의 일상과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고양이가 죽어 있는 집 등등 쉽게 볼 수도 없고, 치울 수도 없는 곳을 청소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하나하나 노하우를 쌓고, 그에 대비하여 방호복이나 그 외 일에 필요한 장비들을 준비해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런 일도 있을까 싶은 상황들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고, 저자가 그 일을 하나씩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상은 종종 의외의 사건이 벌어지는구나 싶었다.
그 어떤 직업도 장단점은 있는 법이다. 다만 저자의 일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의 몸에 있는 모든 감각기관을 건드리며 불쾌하고 두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을 그가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같이 갖고 있다.
어찌보면 대인배의 성향이고, 어찌보면 직업에 대한 자부심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저자의 담담한 글도, 감정이 녹아나는 글도 대부분 마음에 와 닿았다. 이런 특수청소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