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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어서 오십시오!" 나는 아까와 같은 음색으로 큰 소리로 인사하고 바구니를 받아 들였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39쪽
빨리 편의점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편의점에서는 일하는 멤버의 일원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이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관계없이, 같은 제복을 몸에 걸치면 모두 '점원'이라는 균등한 존재다.
66쪽
"그러니까, 어렵다면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어요. 시하라 씨와 달리 나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많아요. 특별히 나 자신의 의사가 없기 때문에, 무리의 방침이 있다면 거기에 따르는게 아무렇지도 않을 뿐이에요."
모두가 이상하게 여기는 부분을 내 인생에서 소거해간다. 고친다는 건 그것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142쪽
"나도 가난하니까 현금을 주는 건 무리지만, 먹이를 줄 테니까 그걸 먹어주면...."
"먹이?"
"아, 미안해요. 집에 동물이 있는 건 처음이라서, 애완동물 같은 기분이 드네요."
163쪽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中
+) 이 책의 주인공은 거의 20년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 여자이다. 그녀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유년시절부터 경험하면서, 가족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언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말은 줄이되, 행동은 최대한 그들과 비슷하게 하도록 애쓰며 살아간다. 성인이 되고 직장을 마련해보려고 했으나 그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하지만 유독 편의점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만큼은 그녀의 적성에 맞는다. 아마 그건 편의점은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만남만이 존재해서는 아닐까.
주인공에게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자신을 감추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고, 일회적인 만남과 형식적인 관계가 있는 곳이라 부담이 적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보인다. 거기서 만난 남자와 같이 살게 되면서 그녀는 온전히 형식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 남자 역시 자기의 인생에 개입하려드는 타인들로 인해 큰 상처와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타인과 다른 점이 평범하지 않음으로 인식되고, 그렇게 사는 삶이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차이점은 여자는 최대한 자신을 티내지 않게 무리 속에서 스며 들어 살고자 하지만, 남자는 최대한 자신을 그 무리 속에서 숨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어쩌면 지금 시대의 우리들 중 누군가가 아닐까.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감추거나, 타인이 내 삶에 개입하는 것이 싫어서 오르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숨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황당해서 좀 웃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다. 또 무리 속에서 살아가고, 먹이를 먹고, 사람을 동물이라 칭하는 부분들을 보면서 어쩌면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