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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떼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55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모어 백작 - 그리고 이 아비의 마음에 대해서도 꼭 말해 주어라. 한 번 더 말하지만, 내 아들을 너무 절망에 빠뜨리지는 말아라. (슬픈 얼굴로 퇴장한다.)
7%
카를 - (책을 옆으로 밀어 놓으며) 플루트 타르크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엉터리 글쟁이들이 설치는 요즘 세상에 정말 구역질이 치민다니까.
9%
카를 - 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네. 자질구레한 걱정과 웅대한 구상, 신처럼 원대한 계획과 치졸한 거래, 서로 앞다투어 행복을 좇는 기이한 경쟁. 어떤 사람은 자신이 탄 말의 힘찬 도약을 믿고, 또 어떤 사람은 당나귀의 코를 믿거나 자신의 두 발을 믿는다네. 이 삶의 다양한 복권에 당첨되려고, 자신의 순결과 천당을 거는 사람도 있지. 그러나 결과는 전부 꽝일세. 당첨자는 결국 아무도 없다네. 이보게, 이것이야말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구경거리가 아니겠는가.
50%
모저 목사 - 이보시오. 인간의 운명은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답게 균형을 유지한다오. 이 세상의 저울판이 내려가면 저 세상의 것이 올라가고, 이 세상의 저울판이 올라가면 저 세상의 것이 바닥으로 기운다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일시적인 고난이었던 것은 저 세상에서 영원한 승리가 되고, 이 세상에서 유한한 승리였던 것은 저 세상에서 한없는 영원한 절망이 될 것이오.
82%
프리드리히 폰 실러, <도적 떼> 中
+) 이 책은 희곡 작품이다. 1781년에 자비 출판하고, 1782년에 연극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닫혀 있는 구조에서 자유와 정의를 노래하는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극과 극의 사상을 가진 형제이다. 형 카를은 도적이 되어서라도 어렵고 힘없는 백성들을 돕는 것이 자유며 정의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고, 동생 프란츠는 계산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프란츠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인 질투와 탐욕이 나타나는 인물로 그려진다.
현 시대의 기준으로 작품을 읽기보다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던 시기를 고려한다면 저자가 만들어낸 인물 군상은 파격적이었고, 인물들의 대사는 과감했다. 이 책을 읽기 전이나 후에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좀 더 알고 접한다면 훨씬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요즘도 보게 되는 낯뜨거운 지식인의 초상이라든가, 계산적인 모략가라든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