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삶을 해결할 방법이 불현듯 떠오른 것은 어느날 저녁 셔츠를 다림질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은 간단하지만 뻔뻔해져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1% [작업실]

내 감정을 억누르려고, 의식적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일은 내가 기억하기로 난생처음이었다. 정말이지 그 남자를 죽이고 싶었다. 영영 잊히지 않을 유들유들하고 징그러운 그 얼굴, 지그시 감은 그 눈, 살랑살랑 풍기는 올바름과 승리의 냄새를 향해 벌름대던 그 콧구멍. 이 기막힌 일만 없었다면, 절대로 그가 이기지 못할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겼다. 모르면 몰라도 승리를 한 지금 이 순간조차 그는 내가 자신을 꺾어버리고 말 무엇인가를 내 얼굴에서 보았을 것이다.

6% [작업실]

계집애는,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냥 본디부터 타고난 내가 아니라 어떠어떠하게 되어야 마땅한 존재였다. 계집아이를 규정하는 말은 언제나 강다짐과 꾸지람과 실망의 뜻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말이기도 했다.

51%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앨리스 먼로, <행복한 그림자의 춤> 中

+) 이 소설집의 저자는 치밀하고 끈기있는 문장력을 지닌 사람 같다. 자신이 관찰한 것이나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풀어낼 때 잔잔하지만 집요하게 써낸다. 작품별로 간혹 단순한 상황 설정을 만들어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소설 구성력은 괜찮은 편이다. 아마도 저자의 문장력이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않나 싶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라길래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작품 [작업실]은 정말 탁월하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게 드러나 있고, 인간관계의 불편함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놀라울정도로 잘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집에서 [작업실]이 가장 잘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 다른작품들은 비슷하게 다가왔다.

삶의 가치에 우선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 군상들, 남과 여, 어른과 청소년, 퇴폐와 순리 등의 이분법적 구도, 허무하게 끝난다 싶을 정도의 사실적 서사 등등이 소설집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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