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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My Clint Eastwood ㅣ K-픽션 4
오한기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9월
평점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알고 죽으나 모르고 죽으나 변하는 건 없으니까.
19%
핑계 같지만 흉내만 냈을 뿐 내겐 인종 갈등과 베트남전처럼 명확한 상대가 없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할리우드에서 뛰쳐나온 것도 나와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라는 일종의 동질감도 느껴졌다.
24%
내 상상의 텍사스는 무법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정의와 영웅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텍사스에 영웅은 필요 없었다. 내가 아는 텍사스는 없었다.
31%
오한기,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中
+) 이 소설에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면 문단 데뷔를 위해 시나리오 공모전에 도전하나 떨어지는 사람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해, 그의 작품에 대해, 그의 삶에 대해 동경과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 앞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하면서 소설은 전개된다.
주인공 즉, 시나리오를 쓰려는 사람은 서사의 포인트를 어디다 두어야 하느냐에 대해 고민한다. 그가 주목하는 예전 서부 영화들은 갈등의 대립 구조가 명확했다. 선과 악이라고 하기에는 좀 극단적이지만 서사를 이어갈만큼 사회적, 시대적, 역사적으로 대립 구도가 잘 보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소설 속 결말처럼 주인공이 찾아간 텍사스에는 이제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주인공이 그 상황을 직접 이분화한다. 흑과 백, 흑인과 백인으로 말이다. 갈등을 조장하며 다시 만난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 소설은 어쩌면 작품의 이야기꺼리를 어디다 중점으로 두어야 할지 고민하는 작가들의 내적 갈등을 담고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