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Homecoming K-픽션 8
천명관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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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우리 여기 매일 오면 안 돼?

그런데 왠지 이상한 슬픔에 가슴이 먹먹했다. 난생처음 맛본 훌륭한 음식에 감동해서인지, 아니면 그 좋은 것들로부터 평생 격리당한 억울함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이와 영영 헤어져야 하는 슬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29%

- 난 집을 나간 게 아니라......!

그의 노기 서린 목소리엔 짙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어느새 눈시울도 붉어졌고 주름 잡힌 눈꺼풀이 파르를 떨렸다. 그는 울음을 참기 위해 앙다문 이 사이로 남은 말을 힘겹게 뱉어냈다.

- 아직 퇴근을 못하고 있는 거야.

34%

천명관, <퇴근> 中

+) 경제적 차이로 만들어지는 계층 분화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 소설이다. 극과 극, 부유층과 빈민층으로 나뉜 우리나라의 미래. 그 빈민층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태연하게 그려낸다. 다소 엉뚱해보이는 결말이나, 곱씹어보면 신랄한 현실 비판이라고 볼 수 있다.

집을 나간 줄 알았던 아버지가 아직 퇴근을 못하고 있다는 말을 뱉으면서 마무리되는 이 소설은 빈민층의 가장이 겪는 끝없는 고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슈퍼리치들의 장난이 너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해서 읽는 내내 씁쓸했다. 사람을 장난감 취급하는 사람들이 진짜 있을 것만 같아서.

허구적으로 쓴 작품일텐데 어쩐지 현실이 될 것 같은 소설이었다. 미래의 인구 혹은 경제 그리고 계층의 구조를 보여주며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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