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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Halloween ㅣ K-픽션 17
정한아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2월
평점 :
과거는 끝났다. 군이 나의 미래였다.
야간열차의 남아 있는 티켓 중에서 가장 먼 곳이 P시였다. 만약 D시의 표가 남아 있었다면 D시로 갔을 것이다. 텅빈 열차 칸에는 군과 나 둘뿐이었다. 나는 야윈 그의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연명하다가 어느 순간 끊어지면 그뿐이라고. 부모 없이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탓인지,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너무 일찍이 노인이 되는 법을 배운 것이다.
11%
삼십 대 중반에 이르러 내가 얻은 결론은 나에게 관계를 지속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혼자가 편해졌고,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나는 보다 합리적인 인간이 되어야 했다.
20%
정한아, <할로윈> 中
+) 이 작품 속 여자는 사람을 만날 때 '사랑'보다 '연민'에 기대는 편 같다. 그렇기에 유지하는 관계보다 유지할 수 없는 관계에 더 매력을 느꼈을 테고, 그러니 당연히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해질 수밖에 없다. 할머니의 죽음은 여자 자신이 '관계'라 이름 붙였던 모든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주인공은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죄'와 '용서'의 면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남자와의 관계를 다시 확인하면서 자신에게서도 드러나는 죄와 용서의 면면을 발견한다. 할머니의 가게를 계속 하기로 결심하면서 여자는 이제 새로운 관계의 정립을 시도할 것 같다.
이 소설은 사람들이 각자 간직한 내면의 아픔과, 그것과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우리가 관계 맺는 타인이 어쩌면 우리 내면의 일부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