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최순희 사진 / 책읽는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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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물난리 때에도 나는 아궁이 앞에서 반세기 넘게 이어온 나무꾼의 소임을 거르지 않았다. 누가 중노릇을 한가한 신선놀음이라 했는가. 사람에게는 저마다 주어진 상황이 있다. 남과 같지 않은 그 상황이 곧 그의 삶의 몫이고 또한 과제다. 다른 말로 하면 그의 업이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다. 할일 없이 지내는 것은 뜻있는 삶이 아니다. 그때 그곳에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를 일으켜 세운다.

- '아궁이 앞에서'

164쪽

얼키고설킨 곁가지 때문에 삶의 줄기가 제대로 펼쳐질 수 없다면 한때의 아픔을 이기고서라도 용단을 내려 절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주관적인 틀에 박힌 고정관념부터 잘라내야 한다. 자신의 삶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비춰보지 않고서는 전체의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 '삶의 뿌리를 내려다 볼 때'

175쪽

자기 몫의 삶을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 무슨 일이건 생각이 떠올랐을 때 바로 실행할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따로 시절이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얼굴'

222쪽

조고각하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살피라는 뜻이다. 자기가 서 있는, 지금 자기의 현실을 살피라는 것이다.

- ' 자기 안을 들여다보라'

309쪽

법정 스님,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中

+) 이 책은 그간 알려진 법정 스님의 글들 중 몇 편과 최순희 할머니의 불일암 사진을 모아 놓은 책이다. 법정 스님이 머물던 산방의 풍경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스님을 비롯한 암자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진에서 볼 수 없다. 오직 불일암과 불일암 주변의 풍경 사진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최 작가는 불일암을 드나들던 보살들 중의 한 분이다. 소리 없이 와서 내색하지 않고 암자의 일들을 돕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수십년 반복하며 사진들을 찍었다고 한다. 덕분에 암자의 풍경을 상상만 해온 나로서는 고마운 분이다.

법정 스님의 글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갑다. 예전에 글로만 보다가, 암자 사진을 같이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내가 읽지 않은 글도 있고, 내가 전에 읽었던 글도 있는데. 그것 역시 다시 보니 새롭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가만히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싶거나, 산속 암자의 풍경, 산 속 식물들과 동물들의 모습이 그리울 때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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