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이병률.윤동희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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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는 세대에게 꿈이 왜 없냐고 묻는 것도 폭력이에요.

굳이 하나를 얘기하자면, 큰 '결핍'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문학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굉장히 멀리 있다는 거에요.

문학을 시작하더라도 끊임없는 결핍과 실패와 좌절과 무시, 열패감. 그 속에 있어야 하고 그걸 계속 겪어야 해요. 적당한 정도로나마 마이너리티적인 성향이나 또 고생스러운 것을 몸으로 또 정신적으로 겪었으면 합니다. 거기에 재능이 있고, 노력까지 한다면 당연히 어떤 결과물이 나오겠죠. 분출하듯이.

39%

섬세한 사람은 섬세하지 않은 사람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을 듯해요. 섬세한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실망스럽지요.

40%

글을 쓸 때 기준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그 글은 엉망인 거겠다, 이렇게요.

43%

글을 쓰는 건 사는 것하고 똑같아서 '안으로 멀리 뛰기' 같은 걸 수도 있어요. 글을 쓰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외로운 일이지요. 미친 짓이구요. 그러다 죽을 만큼 기쁜 일이구요.

60%

재능 있는 사람 옆에 있어야죠. 그건 내가 재능 있는 것보단 훨씬 더 축제 같은 일이죠.

70%

이병률, 윤동희 <안으로 멀리 뛰기> 中

+) 윤동희씨가 이병률 시인과의 대화를 대화집으로 엮은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깊이 와 닿은 구절들이 몇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죄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막연한 독자라고만 생각하며 글을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그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발랄한 생기가 돈다. 그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고 기쁨이지 않을까?

또 재능 있는 사람 옆에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그의 말도 나는 공감이 된다. 그게 질투 어린 시선이 아니라 내가 그의 지인이거나 벗이라는 점 자체가 자랑스럽고 행복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려고만 하지 말고 한번쯤은 내 글을 읽을 독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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